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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거 Aug 28. 2024

자녀를 만났을 때의 그 '소중한 감정'을 잊지 마세요.

 교육과 상담으로 부모(어머니의 비율이 9할)들을 꾀나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직업특성상 그 부모님들은 아이에 관한 많은 정보를 얻고 싶어 하셨다. 내가 그때마다 들었던 예시가 있다.


'어머님 아이가 신생아 때 생각해 보세요. 아이가 걸음마가 조금 늦는다고 옆집 철수와 비교하며 아이를 닦달하셨나요?'


 다른 아이들과 아이를 비교하며, 자식에게 부모의 기준에 맞는 조건을 많이 걸고, 자식이 그 기준에 부합하지 못했을 때 슬퍼하는, 그런 부모님들께 '아무 조건 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녀를 사랑해 주고 바라봐주던 그때'를 떠올려 보시길 바라며 해드렸던 말이다.


 그럼 '그때는 그랬죠 하지만 지금 세상에 이렇게 큰 아이에게(대부분 초중고생) 어떻게 그래요'라고 말씀하시면 나는 또 답했다.


 '세상이 변해서 아이들이 얼마나 힘들겠어요. 그러니 적어도 부모님은 있는 그대로 아이를 봐주셔야지요'


물론 글에 남긴 것처럼 사실만 말하며 부모님들 탓을 하지는 않는다. 그럴 수밖에 없는 부모님들을 위로하고 충분히 라포가 형성된 상황에서 저 이야기를 조심스럽레 꺼낸다.


그런데 육아휴직을 복귀한 다음에는 저 예시를 사용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놀랍게도, 대학입시, 대입을 위한 고등입시, 대입을 위한 고입을 위한 중등입시, 대입을 위한 고입을 위한 중입을 위한 초등입시, 미래를 위허 영어유치원, 어린이집에서 잘 적응하기 위한 가정에서의 사전교육... 와우.... 대체 저 '교육'으로 포장된 '경쟁'이 대체 어디까지 내려온 건지 모르겠다. 

 지금은 신생아 시절부터 각종 '교육'이 유행하고, 마치 자신의 자녀가 앞서나간다 싶으면 내심 뿌듯함을 느끼고, 자신의 자녀가 잘 못한다 싶으면 슬퍼하며 고민하는 부모들이 꾀나 생기는 것 같다. 물론 아직까지 신생아 시절부터 교육을 시키는 것에 대해 반대하고 반감을 가지는 부모들(사람들)도 굉장히 많다. 하지만 과거에, 대입, 고입, 중등입시, 영어유치원도 그렇게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우선 밝히자면, 나는 자녀를 교육시키는 것은 절대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내 아이에 대한 이해가 먼저 선행되어야 하고 그에 따른 부모의 준비가 우선시되어야지, 그저 내 아이가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에 아이를 몰아세워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뿔싸 그런데 그러 일이 신생아 시절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하면... 아이도 아이이지만, 초조해하고 슬퍼할 부모도 너무 안타깝다.


 현재 우리나라의 입시시스템은 1000명 중에 1명이 되어야 성공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이 1명이 된다고 해서 행복을 보장할 수 있느냐? 그건 아니라고 본다.

 확률적으로도 내 아이가 999명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고, 내 아이가 1명에 들어가더라도 행복하다고 보장할 수 없는데 굳이 이 길을 따라야 할까?라고 한 번쯤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내가 이렇게 이야기해도, 내 이야기를 한 귀로 듣고 흘리거나, 잠깐 반짝하고 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부모의 잘못이 절대 아니다. 세상이 저러한 입시의 루틴을 따르지 않으면 큰일 날 것처럼 난리를 치는데, 어떤 부모가 불안해하지 않고 저 루틴을 하루아침에 버릴 수 있을까)


그리고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거는 꾀나 양심적이기 때문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 솔직히, 저런 입시경쟁사회 때문에 큰 덕을 보는 사람은 입시 관련 종사자와, 나와 같이 마음건강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인 건 명백한 사실이니 말이다.


그래도, '일단 입시에 성공해야지! 그게 아이를 위한 길이야'라고 말씀 주시는 분들이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입시 잘하면 좋다! 하지만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실제 사례를 간략하게 남긴다.


 영재고를 졸업하고, 누구나 부러워하는 명문대를  다니고 있던 친구를 상담한 적이 있다. 상담내용을 이야기하면 안 되니 이 사례를 이해할 수 있는 임팩트 있는 문장 두 개만 쓰겠다

 1. 그 친구의 어머니 카톡프로필사진은, 자녀들이 이루었던 성과(상장, 성적표, 합격증 등등)로 도배되어 있었다.

2. 그 친구는 상담 중 암투병을 했던 어머니가 암에서 완치되었을 때를 떠올리며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때 너무 좌절감이 들고 슬펐어요, 다시 만나야 하는 거잖아요'

 타인의 눈에서 단편만 보기에는 정말 부러운 삶을 사는 모자였을지 모르나, 참 정말 안타까운 사례였다. 아이와 엄마 모두... 그런데 비단 이런 사례가 이거 하나뿐일까???


 'oo력' 중시 사회다, 잘해야 하고, 잘하길 바라고, 잘하려고 애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세상의 승리자인 것처럼 추앙받는다. 그래서 온갖 '력'들을 기르려 안달인 사회다.


'힘들다'와 '힘난다'란 용어의 뜻을 다 알 것이다. 굳이 자세히 이야기할 것 없이 '힘들다'가 부정적인 뜻, '힘난다'가 긍정의 뜻을 가지고 있다. 이 용어의 어원을 살펴보면


'힘들다=힘+들어온다'

'힘난다=힘+나간다'


이 '힘'이란 것은 지금 사회에서 말하는 '력'이라고 볼 수 있고, 과거의 어원을 보면 이 '힘'이라는 것이 긍정적으로만 사용되었던 것이 아닌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굳이 부모가 아이에게 이 '력'들을 강요할 필요가 있을까.


세상을 살아가는데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공감', '사랑', '지혜', '현명' 등 무형의 가치 일 것이다. 이 가치들 뒤에는 '력'이 붙지 않는다. 그리고 이 가치들을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부모'일 것이고, 이 가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능력'에 상관없이 꾀나 행복한 삶들을 살고 있다(요즘사회에서 저런 가치들의 뒤에까지 '력'을 붙여서 스킬화 하는 것을 보면 자본주의 사회 참 무섭다). 그리고 이 가치들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모두가 '이미' 다 잘하고 있는 것들이었다. 단지 수많은 '스킬'들이 난무하는 사회에 무의식 중에 그것을 잊고 살거나 우선수위에서 배제했을 뿐.


이 글을 남긴 이유는, 나 또한 아이를 키워보니 많은 생각들에 초조해지기도 하고, 그 초조함은 각종매체에서 나오는 다양한(무분별한) 정보들이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를 다시 한번 다짐하고자 이번 내용을 정리하게 되었다.


 '부모 본인의 사랑이 경로를 이탈해 자녀에게 상처 주지 않았으면 좋겠고, 무엇보다 부모로서 본인이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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