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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거 Sep 05. 2024

벌써부터 2년 뒤 복직이 걱정이다.

벌써부터 2년 뒤 복직이 걱정이다

 나의 앞선 글을 읽어보신 분들은 어느 정도 눈치 채셨겠지만 나는 심리상담을 지원하는 공공기관에서 일을 한다. 내가 일하는 곳은 상담을 진행할 수 있는 직원이 25명 정도 근무하고 있으며, 접수된 상담사례들에 대해 회의를 거쳐 가장 적합한 상담사에게 사례를 배정하고 있다.

 상담하는 사람들이라면 각자 꺼려하는 사례들이 있을 것이다. 물론 상담자가 사례를 가려서 받는 것은 안되지만, 자신이 꺼리거나 또는 자신 없는 사례를 받아서 내담자나 상담자 모두 상처를 받을 필요는 없기에, 많은 상담자들이 근무하는 곳이라면 상담자의 특성에 맞게 사례를 배정하는 것은 나름 모두에게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내가 일하는 곳에서 '존속상해 관련 사례'가 들어오고 내담자의 성별이 '남성'일 경우에 그 사례들은 거의 내가 맡아서 하고 있다. 해당 사례를 위험하다고 꺼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솔직히 그 이유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와닿지는 않는다.

 나는 사례를 가리지는 않는다. 이는 내가 모든 사례에 자신 있어서도 아니고, 상담자로서 직업의식이 엄청 높아서도 아니다. 이유는 조금 이상할 수도 있지만 나는 내담자의 특성이나 호소문제에 관계없이 똑같은(?) 상담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나름의 항변을 하자면 내담자 중 누군가는 5성급 호텔을 지은사람이 있고, 누구는 소형빌딩을, 누군가는 작은 별장을, 또 누군가는 아직 건물을 올리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부르마불을 생각하고 이야기한 것은 아닌데 쓰다 보니 부루마불생각이 난다). 내담자가 누구냐에 따라 그 건물의 형태나 크기가 다르고, 그에 따른 이야기도 중요하겠지만, 나는 건물의 상관없이 건물 짓기 전 '기반'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그 '기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이에 대해 필요성을 못 느끼는 내담자들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느낀다. 그 '기반'의 중요성은 누구나 느끼고 있지만, 솔직히 우리나라에서는 그 '기반'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아마, 내가 상담료를 받는 사설상담소에서 일을 하고 있다면, 이런 식의 상담을 진행하지 못할 것이다. 돈을 지불하는 이들은 당장의 결과를 원할 경우가 많고, 이럴 경우 이 '기반'을 다지는 상담은 솔직히 아무리 필요하다고 해도 상담자와 내담자 모두 부담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게 모든 이(?)들에게 참 다행인 것 같다.

 그렇다면 내가 상담을 진행할 때 개인적으로 정말 힘들고 무력감을 느끼는 사례들이 무엇인가 하면 바로' 의식주'자체가 해결이 어려운 내담자들을 만날 때이다. 물론 나름의 한계를 정하고 최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지만 '물리적 한계'를 볼 때마다 참 어찌하지  못함에 마음이 아프다(예를 들어 정말로 차비가 없어서 상담을 못 온다. 이 친구가 상담을 오지 않으면 저녁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데 상담을 오는 게 맞는 건가?라는 생각들이 드는 것이다).


 복직이 걱정인 이유에 대해 이야기 하려다 서론이 너무 길었다. 복직이 벌써 두려운 이유는 바로 이'물리적인 어쩔 수 없음'이다.

 우리는 육아를 도와줄 분이 없기에 숲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야 한다. 와이프와 나 둘 다 살고 있는 집과 직장이 꾀나 먼 거리에 있기에(편도 1시간 내외) 어린이집이 늦은 시간까지 운영하더라도 변수에 대처하는 게 쉽지가 않다. 그래도 집에서 가까운 어린이집에만 갈 수 있다면 어찌어찌해보겠는데, 2026년 어린이집을 대기를 걸어놨는데 대기 150번이다(저출생이 문제라는데 왜 어린이집도 보내기 힘든 건가ㅜ). 그렇다 보니 정말 여러 가지 생각을 한다.

 '차라리 조금 멀더라도 직장어린이집을 보내 볼까?' 하지만 이럴 경우 숲이가 장시간 차를 타야 하는 게 걱정이고, 오히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일찍 와야 할 경우 대처가 어렵다. 무엇보다, 이 어린이집은 6시 이후 연장보육이 없다.

 이러다 보니 '직장 근처로 전세를 알아봐서 이사를 해야 하나?'라고 생각을 해보지만, 당장 금액이 적당한 집을 알아보는 것도 쉽지 않고, 실거주기간 등 걸리는 게 참 많이 있다.

 와이프와 서로 시차출퇴근제를 최대한 활용해 보고, 지금 다양하게 생기고 있는 육아친화적 직장정책들(예를 들어 서울시 공무원 주 1회 의무재택근무 등)이 2년 후는 더 활성화된다면 괜찮지 않을까?라고 희망회로를 돌려보지만 현실적으로 참 쉽지 않다.

무엇보다, 겨우 두 돌밖에 안된 숲이를 장시간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도 마음이 아프다. 그렇다고 한 명이 직장을 그만두기에는 금전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이렇게 답이 나오지 않는 이야기를 '결국 다 잘 될 거야'라며 항상 마무리한다. 역시 방법은 '하나씩 버려가며 한계를 설정'해야 하는 것인데, 그것에 어린 자녀가 포함되다 보니 무엇인가를 버리는 게 참 쉽지 않다.

 지금 상황에서 답은 정해지지 않을 것이고, 벌써부터 숲이와 헤어지는(?) 연습을 하고 싶지도 않다. 결국 회사에는 조금 미안하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금전만 포기하면 되는 어찌 보면 가장현실적인 육아휴직 1년 연장을 사용하지 않게 되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고민에 너무 치중하다가 '지금 보내고 있는 숲이와의 행복한 시간'을 허비하면 안 되니! 적어도 내년까지는 이 고민을 유예시켜야겠다고 다짐하며 급하게 글을 마무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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