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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거 Sep 01. 2024

나에게 '육아 vs 직장'을 물으신다면

 '그래도 회사생활 하는 게 괜찮을걸?',

 '아빠가 아이를 돌본다는 게 쉬운 게 아니야' 


 현재 연재하고 있는 '상담하는 아빠는 육아휴직 중' 시리즈의 '시작하는 글'에도 잠깐 작성했던 내용이지만 내가 육아휴직을 한다고 이야기했을 때 직장에서 꾀나 자주 들었던 이야기들이다.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남자가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것이 우리나라에서 익숙한 문화가 아니고, 특히나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남자가 바로 육아휴직을 하는 경우는 더울 드물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심지어 나 같은 경우, 와이프는 회사에 복직을 하고(와이프도 예정에 없던 6개월의 휴직이 생기긴 했지만), 내가 2년이란 시간 동안 아이를 돌본다고 이야기했기에 더욱 저러한 반응이 온 것 같다는 생각이다.


 아직 2년의 시간을 다 보낸 것은 아니지만, 3개월간 숲이 와 함께 시간을 보낸 뒤 '육아 와 직장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라고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단 1초의 고민도 없이 '육아'를 선택할 것이다.


 '회사가 너무 힘든 곳 또는 안 좋은 곳인 것 아니야?'라고 물으시는 분들이 있을 수 있기에 이에 대해 답하자면, '그건 아니다'라고 답을 하고 싶다. 

 급여가 많은 건 아니지만, 60세 정년보장에 호봉제까지 있기에 나쁘지는 않다.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서비스직인데 '선생님'소리 들으며 전혀 갑질을 당하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요새 세상에 큰 축복이다. 몇천대일, 몇 백대 일의 경쟁률이 있는 곳은 아니지만 공고가 나면 수십 명은 지원하는 자리이고, 그만두고자 하는 사람보다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그런 자리라는 것은 확실하기에 회사에는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


 그렇다면 '육아가 너무 편한 것 아니야?'라고 이야기하실 분들도 있을 것이다. 다행히도 와이프가 6개월 육아휴직을 사용해서 현재 함께 숲이를 돌보고 있기에 한결 여유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양가부모님의 도움을 전혀 받을  수 없고, 임신기간 동안 몸이 아팠던 와이프의 컨디션까지 고려하면, 솔직히 육체적인 피로도는 회사일보다 숲이를 돌보는 것이 훨씬 강하다.


그런데도 왜 육아를 선택했느냐?라고 물으신다면, 이미 첫 챕터부터 정주행 하신 분들은 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내 인생의 가치관 중 가장 우선순위는 '가족의 행복'이고 육아 역시 이 안에 포함된다. 즉 '내가 좋아하는 와이프와 숲이 이렇게 셋이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기에, 일의 힘듦이나 중요도 등 상대적 비교자체가 아무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또 이런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있을 수 있다, 

'자유로운 시간이 너무 적어서 아쉽지 않으세요?'

물론 내 시간이 절대적으로 적은 것이 맞다. 숲이가 태어난 후 이발을 한 번도 못했고, 이 글 들도 항상 숲이가 새벽에 분유를 먹고 잠들었을 때, 무엇인가 다시 잠들기에는 내 정신이 멀쩡할 때마다 짬을 내서 쓰고 있을 정도로 내 시간이 없는 것은 맞다. 하지만 이 또한 나에게 별다른 타격(?)이 없다.


 나는 항상 결혼을 고민하는 후배나 제자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다.

'결혼은 혼자일 때 생활을 포기하고 양보하는 것이 아니라, 둘이서 함께하는 새로운 내 삶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말이다. 

 나는 와이프와 동거를 할 때부터 혼자 하던 취미생활들을 다 정리했다. 배구, 테니스, 배드민턴 등 구기종목들을 좋아했고, 주말마다 해외축구 경기를 보는 등 나름의 취미를 말이다. 연애기간이 길었기 때문에 내 취미생활을 알고 있었던 와이프는 '오빠 운동하고 싶고, 축구보고 싶고 그러지 않아?'라는 말을 자주 했다. 이에 대해 나는 이렇게 답했다. '둘이 함께 하는 시간이 시작된 거고 둘이 함께해서 좋은 것들이 있는 거야. 운동은 나중에 네가 좋아서 함께하고 싶어 질 때 하면 되는 거야'라고 말이다(실제로 작년부터 와이프가 해외축구 유로채널을 결제하고, 가끔 같이 보기도 한다!).

 아이가 생기면  이제 '셋 이하는 내 삶이 생기는 것' 그렇기에 나는 포기라 생각하지 않는다. 포기한다고 아쉬워하기에는 얻는 행복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이 글을 보시고도, '지금은 편해서 그래, 이제 애가 말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더 더 힘들걸?'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물론 시간이 지나서 내가 '이제 회사에 가고 싶습니다'라는 글을 쓸 수도 있다. 하지만, 난 오늘도 복직하지 않고 숲이 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이 글을 마친 뒤, pc를 켜고 로또와 연금복권을 구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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