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의 110일, 엄마 아빠를 알아본다
'엄마 소리만 들리면 고개가 그쪽으로 돌아가네?'
이번추석에 김제부모님이 집에 오셔서 숲이를 보던 중 갑자기 하신 이야기다. 이에 나는 이렇게 답했다.
'아니에요. 숲이는 그냥 사람소리가 나서 호기심에 본 걸 거예요'
실제로 열흘 전 숲이의 백일에 천안부모님과 처남이 왔을 때만 해도 숲이가 우리 부부를 알아보는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어머니가 다시 말씀하신다.
'아니라니깐~ 차거 너 한 번 이리 와봐'
그렇게 숲이에게 가봤다. 숲이가 나를 보자마자 엄청 웃으며 즐거워한다. 그 모습을 본 어머니가 한마디 하신다.
'거봐~그냥 아빠가 옆에만 있어도 아주 좋아 죽겠단다.'
분명 저번주까지만 해도 그저 사람이 많으면 좋아했던 숲이었기에 나는 믿지 못하고 여러 가지 테스트를 했다. 테스트는 그동안 숲이가 웃으며 즐거워하던 우리 부부의 행위를 우리 부부와, 김제 부모님이 번갈아가면서 해보는 것이었다.
어라??? 테스트 결과 진짜 숲이가 우리 부부의 행동에만 웃고 즐거워한다.
어찌 보면 백일동안 엄마아빠와 붙어 지냈던 숲이가 부모를 알아보는 건 당연한 일인데 순간 기분이 이상했다. 이유는
첫째로, 육아를 생각하게 된 계기가 '아빠를 어색해하는 아이'로 지내게 하고 싶지 않아서였는데 무엇인가 한 단계 스텝을 밟은 것 같았고 둘째로, 고작 일주일 만에 이렇게 숲이가 성장한 것에 '정말 빨리 크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날 오후 우리 부부는 숲이와 함께 누워서 숲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사진과 영상들을 쭉 함께 봤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백십일여의 기록들인데 다시 돌아보니 또 새로 웠다.
'이때 봐 숲이 정말 너무 작았어. 진짜 병원에서 아기 기저귀 안 갈아줘서 발진 생긴 거 생각하니 갑자기 열받네!'
'이거 봐 숲이가 s사이즈를 입던 시절이 있었어!'
'이 아이는 지금 어디 간 거야? 진한 쌍꺼풀과 이쁜 보조개!'
'반응속도 느린 것 봐, 이때는 눈도 안 보여서 정말 천천히 움직였었나 봐'
'정말 이렇게 이뻤는데, 왜 더 이뻐해주지 못했을까? 다시 돌아가고 싶어'
'이때부터 눈이 보이기 시작했네, 움직임이 다르다 달라'
'내가 말했지? 숲이는 터미타임을 못하는 게 아니었다니깐 귀찮아서 안하는거지'
우리는 이런 대화를 나누며 오랜만에 조금은 여유 있게 숲이와 함께했던 시간을 추억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엄마아빠가 즐거워 시간을 보내는 걸 아는지 투정 부리지 않고 옆에 잘 누워있는 숲이가 그날따라 더욱 기특하고 이뻐 보였다.
숲이의 110일 어찌 보면 숲이가 신체만 자라는 것이 아니라 인지적인 부분도 자라고 있구나 하는 것을 처음으로 느낀 날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동시에, 숲이의 부모에 대한 인지가 '그리움이 아닌 안정감'으로 건강한 애착이 될 수 있도록 이 순간을 더욱 잘 보내야겠다고 다짐하는 시간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추석연휴 김제부모님이 숲이에게 했던 말과 함께 오늘글을 마무리한다.
'숲이는 아주 좋겠다! 태어날 때부터 엄마아빠가 옆에 계속 같이 있어서 배고프면 밥 주고, 졸리면 재워주고, 심심하면 놀아주고, 안아달라고 하면 안아주고! 엄마아빠를 안좋아할래야 안 좋아할 수가 없겠어!'
숲이의 110일을 숲이가 정말 저렇게 느꼈었으면 좋겠고, 앞으로도 저럴 수 있도록 더 행복한 시간을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