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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거 Sep 20. 2024

상담하는 아빠는 육아휴직 중 - 25

한순간도 눈을 떼서는 안 된다.

 '아이는 한순간도 눈에서 떼서는 안 된다.' 양육관련해서 꾀나 자주 들었던 말이고, 나 역시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말이다. 찰나의 순간에 아이가 잘못될 수 있고 그건 정말 누구나 생각하기 싫은 상황인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만약의 상황들도 만들지 않기 위해서 집의 방충망은 모두 안전방충망으로 교체했다.  아이가 움직임이 많아지는 시점에서 매트시공을 했으며, 이동식 침대를 버리고, 토퍼를 깔아 아이를 재우고 있다. 아이의 옆에서 함께 자고 있으며 혹시나 자면서 아이를 침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안전펜스도 설치했다. 모든 부모가 마찬가지겠지만, 우리 부부 역시 숲이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었다.

 그렇게 숲이와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와이프가 안 좋은 몸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갔고 나는 숲이와 둘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숲이를 안아서 재우고 있었는데, 순간 배가 아파왔고 화장실을 가야만 했다. 최대한 조용하게 숲이를 역류방지쿠션에 내려놨지만, 숲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숲이의 울음이 너무나 마음에 걸렸지만 어쩔 수 없이 화장실을 가야만 했다. 큰일을 보는 도중에 울음이 커져서 중간에 나와서 확인을 했다. 하지만 배가 여전히 아파 화장실로 다시 향했고, 심지어 문까지 열어논 채로 숲이에게 말을 걸며 일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숲이에게 향했는데, 아뿔싸 숲이가 역류방지쿠션에서 떨어져 엎드린 채 울고 있었다. 정말 짧은 순간에 너무나도 많은 생각이 들었다. 

'머리를 다치진 않았을까?' '목이 다치진 않았을까?'  '내가 왜 아이를 두고 화장실을 갔을까?'  '왜 역류방지쿠션에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정말 다행히도 숲이는 괜찮았고 조금은 안심한 상태에서 나의 행동을 돌아봤다.


 처음 숲이가 집에 왔을 때는 '신생아 돌연사'라는 말이 너무 두려워 숲이가 자고 있을 때도 그 모습을 지켜볼 정도였다. 그 외에도 정말 숲이의 안전을 위해 정말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많은 부분에서 잘하고 있었다. 그런데 안일하게 대처한 부분도 정말 많았음을 느꼈다.

 아이가 똥을 쌌을 때 아이를 씻기기 위해, 아이를 기저귀갈이대에 올려놓은 채로 화장실에 물을 틀러 간 적이 꾀나 많았다. 따뜻한 물을 미리 틀어 놓고 바로 씻기기 위함이라고는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너무 위험한 일이다. 숲이가 통잠을 자기 시작한 시점부터, 새벽수유를 하고 아이를 역류방지쿠션에 재운상태에서 화장실을 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이 행동 때문에 결국 숲이가 위험한 상황을 겪게 되었다.

 정말 다행히도 숲이가 다치지 않았지만, 정말 놀란순 간이 었다. 그리고 다시금 육아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스스로 육아를 잘하고 있고 아이가 행복하게 크고 있다'라고 생각해 왔던 나를 반성하게 되었고, 며칠간 웃으며 나를 바라봐주는 숲이를 볼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더 큰 사고가 나지 않아서 다행이고, 앞으로 조심하면 된다며 와이프는 나를 위로해 주었지만 다행이라고만 넘기기에는 너무나 큰 일이었던 것 같다. 

 자랑도 아닌데 이런 일을 글로 남기는 것이 조심스러웠지만, 다시는 이러한 에피소드 자체가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글로 남기기로 했다. 그리고 이제는 숲이에게 그만 미안해하고, 스스로 슬픈 마음을 이겨내고, 다시 숲이에게 즐거움과 행복함, 그리고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아빠로 돌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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