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121일, 우리 가족 첫 외식
백일즈음 숲이와 첫 외출 글을 올린 적이 있다. 그 이후 다시 한번 아파트 단지를 조금 길게 돌아봤고, 유모차를 몰고 조금 거리가 있는 동네 카페에도 함께 다녀왔다. 일주일 전에는 차로 30분 이상 거리에 있는 스튜디오로 백일촬영을 하러 다녀왔다. 밖에 나온 숲이는 처음에는 어색해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호기심을 보였고, 차만 타면 감사하게도 숙면을 취했다. 그렇게 조금씩 숲이와 함께 외출하는 연습을 했다.
아침에 도수치료를 하고 온 와이프가 갑자기 이야기한다.
'오빠 나 숲이랑 융건릉 가고 싶어'
융건릉은 숲이가 태명으로 정해진 것과 관련이 있을 만큼 우리 가족에게 의미 있는 장소였기에 와이프는 숲이가 외출이 가능해지면 꼭 가고 싶어 했다. 나 역시 꼭 가고 싶었지만 아직 야외공간에 숲이와 오랜 시간을 있기에는 준비가 덜 된 기분이 들었다.
'차라리 자주 가던 아울렛 가는 건 어때? 가서 먹고 싶어 했던 초밥 먹고 오자! 실내공간이고, 거리도 괜찮고, 수유실도 다 있고 숲이도 좋아할 것 같아!'
우리는 그렇게 첫 외식을 떠났다. 외식장소가 단순한 외식이상의 의미가 있는 곳이었다. 와이프가 굉장히 좋아했던 식당이었고, 조기진통으로 누워서만 지내야 할 때 갑자기 저 식당을 가고 싶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결코 그럴 수 없는 현실에 슬픔과 불안까지 몰려와 와이프가 굉장히 서럽게 울기도 했던 그런 기억이 서려있었다.
숲이나 건강히 태어나고, 건강히 자라줘서 '갈 수 있는 날이 올까?'라고 생각만 했던 그곳에 함께 출발하는 그 기분은 뭔가 뭉클했다. 하지만 그 감동은 잠시 아울렛에 가까워질수록 '숲이가 잘 버텨줄까?'라는 걱정이 감동을 덮기 시작했다.
다행히 숲이는 아울렛 역시 싫어하지 않았다. 식당까지 이동길을 우리와 눈 마주치고 웃으며 즐기는 것 같았다. 식당에 도착해서도 우리 부부가 충분히 밥을 먹을 수 있게 잘 기다려 줬다. 물론 이전처럼 오랜 시간 음미를 할 순 없었지만 충분히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처음 출발할 때는 숲이의 컨디션에 따라 수유가지 하고 올 생각이었으나 효자 숲이의 너그러운 협조덕에 식사를 마친 후 집으로 돌아왔다.
분명 감동의 순간이었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단 우리의 식사에 대한 만족도가 아니라, 숲이가 외출에 호기심을 보이고 즐거워해줬다는 기특함(?)이 더욱 큰 만족감과 행복함을 준 것 같다.
숲이와의 추억이 쌓일수록 '이게 부모의 마음인가?'라는 감정도 함께 쌓인다. 무엇인가 처음시작하는 것들마다 두려워하는 부모의 마음을 아는지 항상 씩씩함과 웃음으로 함께 해주는 숲이가 너무 대견하고, 고맙고 너무 사랑스럽다. 숲이가 우리에게 주었던 이 감사함을 숲이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더운 노력하는 부모가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