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육아를 위한 아빠들 모임이 시작되었다.
상담하는 아빠는 육아휴직 중(169일) - 38.
지금 살고 있는 지역은 청약에 당첨되어 올해 이사를 왔다. 솔직히 청약을 넣기 하루 전까지도 어디인지 잘 모르는 지역이었는데, 갑자기 청약을 넣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가용예산안에서 출퇴근이 가능한 지역들을 살펴보다가 지금 지역에 오게 되었다.
한창 청약이 붐을 일으킬 때였고, 나 역시 그 흐름에 탑승에 청약에 당첨되었다. 나는 로또(?를 바라기보다는 현실에 맞는 실용적인 청약을 추구했고, 나와 뜻을 같이 한 몇몇의 지인들이 내가 청약된 곳 인근으로 청약에 당첨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알고 보니, 이미 그 지역에 자리를 잡은 지인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청약에 당첨되었을 때 와이프에게 막연하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왠지 oo(내가 사는 지역) 벨트가 구성될 것 같지 않아? 나중에 이사 가면 공동육아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실제, 내가 청약이 당첨되었을 당시 나를 제외하고 모두 미혼이었기에 조금은 현실적이지 못한 이야기 일수도 있었지만 꿈꿔볼 만 하기는 했다.
그 지인들과 나의 인연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남자들은 모두 대학교 같은 과 후배들이면서, 한 명은 내 결혼식 사회를 봐준 친구이고, 한 명은 내가 결혼식 주례를 봐준 친구이며, 한 명은 내가 대학원시절 일하던 연구실일을 마지막으로 이어서 했던 친구이다.
그런데 청약에 당첨되고 입주가 이루어지는 사이, 모두들 결혼을 했으며 두 명은 우리보다 먼저 아이를 출산하기도 했다.
실제로 나보다 먼저 이 지역에 살고 있던 친구가 있었기에 숲이가 태어났을 때 병원 등 신생아 관련 많은 정보들을 물어보기도 했으며, 다른 한 친구는 와이프가 임신 중 입원을 해서 우리 집이 비어있을 때, 우리 집에 들러 급한일을 대신 봐주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서로 안부만 묻다가 위 지인들 중 아이가 있는 세 명이 모이는 단톡방이 갑자기 개설되었다. 지나가던 말로 '크리스마스에 서로 자녀들의 산타할아버지를 해주면 좋겠다'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한 친구가 그 이야기를 기점으로 방을 만든 것이다. 그리고 올해 크리스마스 산타 계획만 잠깐 이야기하고 대화가 멈춘 상태이기는 하다.
거창한 공동육아 플랜이 세워진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을 위한 아빠들로서 모임이 구성된 것만으로도 나는 큰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이 든다. 서로 같은 전공 출신에 서로의 직장에 대해서도, 그리고 어떤 일들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아는, 같은 지역에 사는 선후배들이 '육아'라는 목표로 뭉쳤기 때문이다. 지금은 단순히 '산타할아버지'라는 작은 목표만 가지고 있지만, 시간이 흐르고 관계가 가까워질수록, 타지에 자리를 잡은 서로에게 이 모임이 꾀나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아빠'들이 뭉쳤다는 것에는 크게 의미를 두고 싶지 않다. '육아'를 위해 뭉친 것이 중요하고, 우연히도 아빠들이 이전부터 관계가 있었을 뿐이다. 그렇기에 이 관계가 건설적이고 긍정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엄마'들과 인연을 이어가는 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으나, 이미 내 결혼식 사회를 봐준 친구부부와, 우리 부부는 이미 관계가 맺어져 있고기에, 나머지 한 친구의 아내분과도 예의 있고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어야겠다.
이 작은 시작이 앞으로 숲이의 성장에 있어서 아주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아마 내 육아일기 콘텐츠 중 한 부분을 차지하지 않을까? 하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아직 2세가 없어서 지금 모임에는 초대받지 못한, 내가 주례를 봐준 친구들도 마음의 여유와 함께 2세를 가지고 지금 모임에 함께 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밝히며 오늘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