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에 걸렸다고 생각하면 안 될까요?
상담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하길
상담을 직업으로 삼게 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세상이 상담을 어떻게 인지하는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어렸을 적부터 삶을 돌아보면
'점', '굿' 등의 토속적인 색채가 강한 우리나라 문화특성상, 그리고 태생적으로 왼손잡이로 태어나도 강제로 오른손을 쓰게 했을 정도로 남들과 다른 것에 굉장히 신경 쓰는 정서적 특성상, 우리나라는 '상담'이란 것이 일상에 스며들기는 굉장히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던 건 맞는 것 같다.
직업인으로서 상담에 대한 인식을 바라보면 '확실히 시간이 갈수록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하지만 난 이것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진정한 변화가 일어난 것은 아니고, 세상이 '상담은 괜찮은 거야!'라고 주문을 걸다 보니, '아! 상담 괜찮지!'라고 겉으로만 드러내는 것 같다는 느낌이 클 뿐, 그 속은 아직 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상담에 대한 인식이 이러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일을 함에 있어서, 나 개인적으로는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그 이유는 상담 역시 고객에게 상담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직에 가깝다고 생각하는데, 서비스를 제공받는 고객들이 '갑질'이란 것을 전혀 고려 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물론, 상담자인 나의 능력이 뛰어나고, 내담자들이 나를 존중해 주기 때문이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솔직한 생각은 아직까지 내담자들은 상담자가 자신의 약점(?)을 쥐고 있음을 은연중에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상담에 대한 인식이 지금처럼 유지되기를 바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훨씬 대중적이고 친숙해졌으면 좋겠다. 단지 상담뿐 아니라 '정신건강'관련 모든 분야를 포함해서 말이다.
쉽게 말해'마음의 감기'정도로 인식이 되면 좋을 것 같다. 감기에 걸리면 병원을 방문해서 진단을 받고 치료받기도 하고, 약국에 가서 약을 먹기도 하고, 체질개선을 통해 면역력을 기르기도 하고, 이 과정들을 거치면서 본인이 감기증상에 대해서는 아무렇지 않게 대처하는 것처럼 말이다.
위처럼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말 너무나도 아무렇지 않게 금방 회복될 수 있는 증상을 가진 사람들이 정말 많은데, 대부분이 이를 방치 또는 숨기다가 큰 괴로움을 겪는 경우가 너무 안타깝기 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는 위 같은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빠른 대처로 건강한 삶을 살수록, 직업인으로서 나도 여러 의미에서 더욱 건강하고 풍요롭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진심으로 전자의 이유가 더 큼을 양심을 걸고 밝힌다).
그렇기에 내가 상담방송에서 가장 공을 들이는 것 중 하나가 '상담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상담방송에서 상담을 신청하는 사례들이 마냥 가볍지 많은 않다(물론 진위 여부를 완전히 판별할 수는 없으나). 자살 자해는 관련은 물론이고, 오히려 내가 실제 상담현장에서 받은 사례들보다 무거운 경우가 더 많기도 하다(번외지만, 상담방송 경험 덕분에 직장에서 동료들이 너무 하드 하다며 꺼리는 사례들이 나는 전혀 하드 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 정도로 위험한 사례가 많은데도 그 사람들은 실제 상담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 첫 번째 이유는 많은 사람의 생각대로 '상담을 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 '자신의 상황이 알려질까에 대한 두려움' 등 상담자체를 타부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에게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분위기가 괜찮아지면, 상담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을 함께 나누고, 언제든 편안하게 방문해 보길 권유한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가 조금 생각해 볼 부분인데, 이미 상담을 경험해 봤는데 '너무 실망'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러한 사람들에게는 '우리나라 같은 분위기에서 정말 큰 각오를 하고 상담에 갔는데 자신과 맞지 않을 경우 그 실망감이 얼마나 클지'에 대해 우선 이야기를 나누고, 상담사들 역시 다양한 스타일이 있음을 안내하며 다음부터는 '상담사를 바꿔주세요'라고 요청하길 권유한다'
다행스럽게도, 방송에 찾아왔던 많은 사람들이 상담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이야기한다. 일부는 나중에 방송에 다시 들어와 실제 상담을 받고 있고, 그 때문에 좋아진 자신의 경험을 나눠준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내 덕분이라고 고맙다고 표현을 해주기도 한다(당연한 이야기이다. 내 방송을 굳이 다시 찾아왔다는 것은 내 이야기가 마음에 들어서 일 테니, 다시 안 오는 사람이 훨씬 많다... 하하하).
내가 세상을 바꾸고 싶은 것은 아니다. 그리고 모두가 상담이란 것을 다 좋아해 주길 바라는 것도 아니다. 그저 온라인 공간에서 상담을 신청할 정도로 간절한 내 방송을 찾아와 준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조금 더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행위를 꾸준히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