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 '임상심리사', '상담(심리)사'
치료(회복)에 있어 생각보다 중요한 이야기
'정신과 의사, 임상심리사, 상담(심리)사의 차이를 알고 계시나요?'
상담방송을 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이다.
방송에 들어와 상담을 신청하는 사람들 중, 위 세 가지를 구분할 줄 아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사실 실제 상담현장에서 만나는 내담자들도 거의 그렇다).
그리고 우연히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에서도 대다수 분들은 위 세 가지를 명확히 구분하시지 못할 것이다.
내가 방송을 하면서 저 세 가지를 구분할 수 있는지를 묻는 이유는 절대로 내 지식을 뽐내고 싶어서가 아니다. 저 세 가지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만 있어도 '마음과 정신에 이상신호를 느낄 때' 훨씬 더 빠르고 명확한 대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저 세 가지를 구분하지 못하기에 '굉장히 복잡한 길'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이야기하겠다.
물론, 위와 관련된 전공을 한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세 가지를 구분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그 이유는,
첫째 정신과 의사를 제외하고는 명확한 '면허'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두 번째는 대중들이 접하기에는 저 세 가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매체에서 '거의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느냐를 내 기준에서 일반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아주 간단히 이야기하곤 한다.
- 의사 선생님'만' 약을 처방할 수 있어요.
- 임상심리사는 '심리검사'를 통해 평가를 내리고 치료계획을 세워요.
- 상담(심리)사는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풀어가요.
물론 수가정책이 바뀌면서 의사 선생님들 중 일정시간 상담(대화)을 해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임상심리사 역시 치료계획을 세우고 일정시간 상담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상담(심리)사 역시 일정 부분 '심리검사'를 수행하기도 하며, '임상심리사'와'상담(심리)사'자격을 동시에 갖춘 분도 계신다.
(이렇게 중복되는 영역이 있다 보니 사람들이 더 혼동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니 너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도저히 내 감정이 주체가 안돼서 약으로 다스려야 할 것 같다' -> 정신과 의사 찾아가기
'내 상황이 어떤 건지 명확한 검사평가를 받아보고 싶다' -> 임상심리사 찾아가기
'대화를 통해 내 답답함을 풀고 내 상황을 알아가고 싶다' -> 상담심리사 찾아가기
이렇게 큰 틀을 알고 있으면 좋다.
물론 세직업은 협업을 한다. 정신의학과나, 상담센터에 대부분 임상심리사가 근무하고 있으며, 정신의학과에서도 자신의 환자가 상담병행이 필요할 경우 상담센터에 연계하기보 하고, 상담센터 역시 내담자가 약물복용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정신의학과를 연계시켜 준다. 그리고 한 명의 내담자(환자)의 회복을 위해 세 직군이 함께 회의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선 각 직군은 각 직군의 영역으로 치료(회복)를 실행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당신의 상황과 어울릴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이런 상황들이 생긴다.
'A 씨는 특별한 이유는 없는데 우울한 감정이 들어서 정신의학과를 방문했다. 특별한 이유를 찾을 수 없었기에 상세불명의 우울 진단을 받고 약을 처방받았다. 약을 복용하자 거짓말처럼 몸이 괜찮아진 A 씨는 멀쩡한 자신이 정신의학과를 방문했다는 사실이 창피해졌고 그때부터 처방받은 약을 멀리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우울감이 찾아온 A 씨는 또다시 같은 병원을 방문했다. 역시 상세불명의 우울진단을 받고 약을 처방받았다. 다시 약을 복용시작했지만 예전만큼의 효과를 보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시작했다....'
내가 다니는 직장과 연계된 의사 선생님이 이런 이야기를 해줬다.
'초진으로 오신 분이 약처방을 받으시고 꾸준히 먹으시면 1년이 걸리지만, 중간에 약을 끊으시고 나중에 재발에서 다시 오시면 3년, 또 중간에 끊으시고 다시 오시면 5년이 걸린다'
즉, 정신의학과를 방문해서 약을 처방받고 복용을 시작했다면, 어떤 이유에서든 환자가 임의로 약을 중단해서는 안된다(담당의와 논의를 해야 한다)를 강조하셨다,
또 이런 상황도 생긴다.
'B 씨는 자꾸 환청이 괴로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자신이 심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있는 것 같아서 종합심리검사와 함께 상담을 받기 위해서 상담센터를 찾았다. 자신의 심리적 상황을 평가받고 관련해서 이야기 나누는 순간이 좋았다. 하지만 집에 돌아온 그날 저녁 또다시 환청이 들려왔고, 그 환청이 거실 창문 밖으로 자신을 부르는 것 같아 밤새 괴로움에 시달렸다'
모든 약은 부작용이 있기에 상담만으로도 충분히 좋아질 수 있는 경우가 많기는 하다. 하지만 당장에 생명이 위험할 정도의 상황이라면 약을 통해 신체를 돌봐야하고, 심할 경우 입원격리를 해야 하기도 한다.
조금은 극단적인 예시이지만, 실제로 비슷한 일들이 많이 있다. 무조건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A 씨의 경우 '상담(심리)사'를 먼저 찾아가 상담을 받아 본 후, 필요시 상담과 병원진료를 병행했다면 훨씬 차후가 좋았을 것이다. 반대로 B 씨의 경우 정신의학과를 우선방문해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고, 조금은 안정된 상태에서 필요시 상담까지 병행했다면 더 예후가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내 예시가 완벽하지는 않을 수 있고, 설명이 조금은 부족할 수 있다. 하지만 분명 저 세 가지는 차이가 있고, 자신의 상황에 맞는 것을 선택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서두에 밝혔듯이 나는 지식을 뽐내기 위함이 아니라, 사람들이 조금 더 빨리 건강해졌으면 하는 바람에 이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러니 자신이 심적으로 고통을 받고 있고 치료(회복)에 관심이 있다면, 세 가지를 잘 알아보고 꼭 자신에게 맞는 선택지를 우선 방문해 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