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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재활치료를 다니기 시작했다.

상담하는 아빠는 육아휴직 중(198일)- 40

by 차거

숲이는 태어날 때부터 안면비대칭이 있었고, 두혈종이 있었다. 이 때문인지, 산후조리원에서도, 집에 와서도 한쪽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는 것을 좋아했다.


숲이를 처음 만나고, 아기 안는 법을 배웠는데 수유할 때는 왼쪽 팔을 활용 하게끔 배웠고 트림을 시킬 때는 오른쪽 어깨를 활용하게끔 배웠다. 대부분의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내가 조금만 힘을 주면 이 아이가 부러질 것 같은데?'라는 두려움에 아기를 안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겨우 적응한 '왼팔사용'과 '오른 어깨 사용'을 바꾸는 게 쉽지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숲이가 터미타임을 할 때 고개가 한쪽으로 휘어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와이프는 '사경'이 의심된다며 내게 말했지만, 나는 '커가면서 괜찮아질 거야'라고 와이프를 안심시켰다.


숲이가 뒤집기와 되집기를 시작했을 때, '한쪽방향'으로만 이동을 하지 못했다. 이유식을 먹이려 아기의자에 앉혔을 때도 '한쪽방향'으로 기울어지는 것을 발견했다.


이 모든 것이 사경증상과 유사함을 알게 되었다. 그때쯤부터 나 역시 사경증상에 대해 많이 알아보게 대었고, '사경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확실히 부자연스럽다'라는 판단을 생각을 갖게 되었고, 병원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때가 숲이 185일쯤 되었을 때다.


와이프는 '사경은 정말 초기에 치료를 해야 하는데, 몇 번의 기회가 있었는 게 놓친 게 너무 미안하다'며 스스로를 자책했고,


나는 '사경까지는 아닌 것 같아, 그래도 검사를 받아서 나쁠 건 없지!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라면서 와이프를 위로(?)했다.


병원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사경진단이 가능한 대학병원은 진료 볼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날짜가 거의 두 달을 기다려야 했다. 이때 '정말 소아 관련 과들이 쉽지 않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이에 초조해하지 않고, 다른 병원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우선 동네병원에서 의뢰서를 받았고, 인근에 소화재활센터가 있는 병원에 가서 초음파 검사를 받아보기로 했다.


그렇게 소화재활센터가 있는 병원에 도착했다. 담당선생님께서는 '저희가 사경을 진단할 수는 없지만 초음파 검사 등을 통해 아이의 상황을 볼 수 있다'라고 했고, 초음파 검사 결과 다행히도 한쪽근육크기가 조금 클 뿐, 1.5배 이상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는 결과를 받았다.


재활치료를 추천받았고, 우리는 고민 없이 치료를 시작했다.

재활치료사님께서도 '심한 상태는 아니고, 움직임 등이 나쁘지는 않습니다. 한쪽을 사용하는 게 익숙하다 보니 나타난 현상 같습니다'라는 소견을 주셨고, 각종 스트레칭과 근육강화운동을 알려 주셨다.


이제 세 번의 치료를 받았을 뿐인데 숲이가 많이 변화했다.


우선 이제 양쪽으로 뒤집기 되집기를 아주 자유롭게 한다. 그리고 횡운동을 하기 시작했으며, 스스로의 힘으로 앉아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고개의 기울기 역시 많이 좋아졌다.


절대적인 '치료의 효과'만으로 좋아진 것은 아니지만 '치료를 받았기 때문에' 굉장히 좋아진 것은 맞다. 치료를 시작하고 변화한 것은


첫째, 일상생활에서 부모인 우리가 자세를 바꿨다. 수유할 때, 숲이를 앉아 줄 때 등등 반대 팔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두 번째, 재활치료도중 사용한 근육들을 숲이가 학습하고 활용하기 시작했다.


세 번째, 재활치료에서 배운 스트레칭 등 다양한 것을 집에서 조금씩 시도하고 있다.


이중 첫 번째와 두 번째가 압도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세 번째가 표면상으로 제일 중요해 보이지만 전문가가 아닌 입장에서 함부로 접근하기 어렵다는 핑계로 조금씩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숲이 상태가 정말 많이 좋아졌음에 정말 감사한다!


냉정히 말하면 부모 특히 아빠인 내가 한쪽자세만 사용을 해서 숲이를 아프게 한 것이 맞고, 처음 와이프가 숲이의 고개를 발견했을 때 '괜찮을 거야'라고 미룬 내 행위가 그 아픔을 고착화한 것이 맞다.


하지만 부모의 잘못만 생각하면 육아는 한 없이 힘들고, 오히려 아이를 힘들게 할 수 있으니 억지로라도 긍정적인 면들을 끄집어내서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1. 우리가 잘 관찰했기에 숲이가 아프다는 걸 발견했다.


재활치료를 받는다고 김제 부모님께 말씀드렸을 때 어머님이 해주신 말이다.


'아이고, 네네는 정말 좋은 부모다. 얼마나 관심 있게 봤으면 그게 보이니, 나는 맨날 봐도 모르다가 너희가 숲이 고개가 이상해서 병원에 갔다고 하니 이제야 숲이 고개가 기울어진 게 보인다. 다행히 둘이 육아휴직중일 때 치료받을 수 있으니 걱정 말고 잘 받거라'



2. 숲이는 정말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은 아이다.


병원에 도착해서 검사를 받을 때 숲이가 이쁜 짓(?)을 매우 많이 해서 담당선생님께 사랑을 많이 받았다. 초음파검사 마지막쯤 숲이가 놀라서 울고 응아까지 쌌지만, 그전에 이쁜 짓을 많이 해서 인지 의사 선생님, 간호사선생님 모두 사랑으로 이뻐해 주시고 심지어 우리가 아기옷 입히는 사이 응가기저귀도 치워주셨다(응아 기저귀 치워주신 거면 사랑 맞다).


재활치료를 할 때도 숲이는 그저 웃으며 즐겁게 받는다. 재활치료사 선생님 역시 거의 숲이고 오는 날을 기다리는 지경에 다 달았다.



나 역시 조금은 늦었을지라도 병원에 가게 되었음에 감사하다. 치료라는 생각보다는 숲이에게 새로운 경험을 시켜주고 우리 역시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생각으로 치료과정을 꽉 채울 생각이다. 치료가 종료될 때즈음 기회가 된다면 치료과정을 글로 남기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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