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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맛 숲이', 초심이 떠올랐던 하루

상담하는 아빠는 육아휴직 중(200일) - 41.

by 차거

숲이가 태어난 지 200일째 되던 날이었다.

가족이 밤께 인생 네 컷 사진을 찍은 것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듯하지만 일상적인 하루를 보냈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숲이가 잠자리에 들어야 할 시간이 되었다.


양치질을 할 때부터 조금씩 찡얼거리던 숲이...

잠자리에 들기 위해 불을 끄는 순간! 숲이는 태어난 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수준의 강렬한 울음소리를 우리에게 들려주었다.


혹시 열이 있나 열체크를 해보았다. 다행히 열은 없었다.


그렇다면 잠투정인가? 싶어서 안아서 달래 보기도 했다. 하지만 달랠수록 그 울음은 더 커져만 갔다.


숲이가 평소에 좋아하는 서재 겸 옷방에 들어가서 같이 구경을 하니, 다행히 숲이가 조금은 안정이 되었다. 안정되었을 즘 불이 꺼진 복도로 향하니, 숲이의 울음이 다시 시작되었다.


이때즈음부터 우리 부부는 조금씩 당황하기 시작했다. 오히려 숲이가 평소에 잘 울지 않기 때문에 더욱 당황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때부터 우리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한다.


'혹시 오늘 오트밀을 처음 먹었는데 알레르기 반응이 온 것은 아닐까?'


'방귀를 많이 뀌던데 어제부터 이유식 양을 늘려서 숲이가 배앓이가 온 건가?'


'분유 횟수를 줄이면서 1 회양을 늘렸는데 그게 버거웠던 건가?'


'혹시 인생 네 컷 사진을 찍은 곳에서 무엇인가 감염된 거 아닌가?'


'아니면 어제 재활치료를 다녀왔는데 무엇이 잘 못 된 것은 아닐까?'


불안이 불안을 키운다고, 우리의 불안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고 있었다. 그렇게 '지금 시간이면 응급실밖에 없겠지?'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너무 불안감이 커지면 나지 않을 사고도 나기에, 스스로 릴랙스 하며 차분히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와이프에게 말했다.



"숲이가 눈물을 보이면서 운 경우는 배고플 때 빼고 없지 않아?, 일단 열도 없고 몸에 두드러기도 없는 것 같고"


그러자 와이프가 답했다.


"그렇긴 하지, 왠지 숲이 처음 집에 왔을 때 배앓이인 줄 알고 배고파서 밥 안 줬을 때 울음 같기도 하네"


그렇게 우리는 차분히 오늘을 복기했다.

오전에 평소처럼 분유와 이유식을 잘 먹었고, 오후에 인생 네 컷 사진을 찍으려 나갈 겸 세 가족이 함께 나가 당근거래도 했다.

사진을 잘 찍을지 걱정했지만, 아주 순조롭게 잘 찍었다. 그렇게 집에 도착했고 외부를 돌다 보니 숲이의 낮잠 타이밍을 한 번 놓쳤다. 그래서 피곤했는지 숲이는 두 번째 이유식을 먹을 때 굉장히 피곤해해, 이유식을 중간에 끊고 잠을 잤다. 잠에서 깨었을 때, 막수를 먹을 시간이 되어 우리는 이유식을 못 먹은 것까지 감안해서 분유량을 넉넉히 준비해 주었다.

그리고, 저녁이 되었고 지금의 상황이 온 것이다.


결국 돌아보니 숲이가 평소와 다르게 경험했던 것은 '이유식을 먹지 않았다는 것'


우리는 설마 하는 생각으로 잘 시간이 훨씬 지났지만, 이유식을 데우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숲이의 울음이 멈추기 시작했고, 숲이를 이유식용 의자에 앉혔을 때 숲이는 웃음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숲이는 앉은자리에서 이유식 한 그릇을 뚝딱 먹어치웠다. 그리고 아주 평화롭게 양치까지 했고, 내가 언제 울었냐는 여유 있는 표정으로 잠까지 아주 자~~ㄹ들었다.



그날저녁 우리는'배앓이인 줄 알고 배고픈 숲이에게 분유를 주지 않아 밤새 울렸던 그때'가 떠올랐고, 숲이가 초심을 잃지 말라는 200일 이벤트를 해준 것만 같았다.



오늘 숲이의 울음을 숲이 용어로 해석하면 이러지 않을까?


'불 끄지 마세요!! 아직 이유식 안 먹었어요!'


'양치아직 아니에요. 숲이 아직 밥 안 먹었어요!'


아이는 자신의 의사를 충분히 표현한다. 부모인 우리가 그것을 알아듣기 힘들 뿐.

아이가 커갈수록 아이가 해야 할게 많아지고, 그럴수록 부모인 우리의 생각도 늘어만 간다. 그리고 그 늘어난 생각들이 또 한 번 아이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을 잊게 하는 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육아에 조금 적응이 된다라는 생각을 가졌었는데, 겸손하고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됨을 되새기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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