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행동이 자녀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라는 생각
상담하는 아빠는 육아휴직 중(219일) - 42.
2025년 새해 첫날을 굉장히 불쾌하게 시작했다.
요약하면, 인터넷에서나 보던 정말 아무 근거 없고 개념 없는 악플세례를 받았고, 그 악플러를 잡아보니, 뉴스나 드라마에서 '사실 그럴 의도는 정말 없었어요. 죄송합니다'라고 울면서 이야기하는 사과도 들어봤다(아직 그 사과를 받지는 않았다).
아직 사과를 받지 않은 이유는, 우리 가족이 앞으로 평생을 살 수도 있는 공간에서 발생한 일이었기 때문에, 안 좋은 선례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
저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그리고 나중에 비슷한 잘못을 할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무너지는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그저 그냥 이번일을 계기로 상호예의를 지키는 문화가 만들어지길 바랄 뿐이다.
서론이 길었다. 여하튼 한 집단내어서 저러한 갈등의 중심에 서게 되었을 때, 생각보다 사람들은 '피해자'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가해자와 피해자를 묶어서 '피곤하게 하는 사람들'로 인식하며, 오히려 가해자보다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사람이 종종(아니 꾀나 많이) 보인다. 그리고 내가 지금 그 갈등의 중심에 서 있다.
갈등상황을 정말 싫어한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나빠지거나 그런 것 때문에 싫다기보다는, 갈등상황이 발생하면 그것에 대응하기 위해 너무나 최선을 다하는 내가 정말 피곤하기 때문이다.
그 대응이란 것에 '숲이'가 처음으로 들어왔다.
'숲이 단지 내 어린이집 다녀야 하는데 나 때문에 영향이 있으려나?', '아니지 숲이가 계속 살 수 있는 아파트인데 더 건강한 문화가 생길 수 있도롤 바꿔야지', '어? 숲이 나중에 따돌림당하면 어떡하지?', '아니지 그런 일 일어나지 않도록 내가 더 확실히 마무리 지어야지' 등 등
좋은 일은 아니기에 기록을 해야 할지 고민했지만, 그래도 '이제는 함께할 가족이 더 생겼구나', '내 행동이 숲이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처음 들었기에 남기기로 결정했다.
예전 같으면 정말 냉철하게 쉽게 결정했을 것들이 '숲이'가 포함되니 한 번 더 고민하게 된다. '숲이까지 고려해 더 냉철하고 치밀해져야 하나?', '숲이를 생각해서 그냥 흐린 눈을 해야 하나?' , '흐린 눈을 하는 것이 숲이를 위한 것이 맞나?' 등등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결국 생각의 결론을 내지는 않았다. 그저 이 생각을 하게 되었음이 갑자기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
숲이가 커가면서 사회생활을 할수록 이러한 생각들을 할 시간들이 많아질 것 같다. 어떤 상황이든 '숲이에게 현명한 아빠가 될 수 있도록' 항시 잘 준비를 해두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