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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일은 곧, 부모님이 나를 처음 만난 날

상담하는 아빠는 육아휴직 중(227일) - 43.

by 차거

'오빠 숲이가 태어난 다음에 처음 맞이하는 생일인데 무슨 생각이 들어?'


나와 와이프는 생일이 같다. 우리도 신기해하고 주변인들도 신기해한다.


당연히 생일은 둘이 같이 보냈었다. 생일날 00시가 되면 서로 '생일 축하해'라고 이야기하며 잠에 들었고, 와이프나 나나 일 특성상 1월이 그리 바쁘지 않기에, 보통 함께 연가를 써서 생일 당일을 같이 보내곤 했다.


그런데 처음으로 00시를 같이 맞이하지 못했고(피곤해서 둘 다 잠들었다), 당연히 둘이 같이 생일날을 보내지 못할 예정이었다. 그래서 나는 와이프의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우리가 00시에 함께 축하하지 못한 게 처음인 것 같아, 다른 삶이구나 진짜'


그러자 와이프가 나는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를 했다.


'오빠, 우리 생일이 우리 부모님들은 처음으로 부모가 된 날 이신 거잖아, 숲이가 태어나니 이런 생각부터 드네...'



엄청 특별한 말도 아니고,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인데 저 이야기에 순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침 일찍부터 와 있던, 부모님들의 축하 문자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항상 아들과 며느리, 딸과 사위의 생일을 함께 축하해 주시고, 맛있는 것을 사 먹으라며 용돈도 챙겨주신다.


매년 같은 부모님의 생일축하지만, 올해는 숲이도 포함되었다.


'날 추우니 나가서 밥 먹지 말고 시켜 먹어라, 숲이 감기 든다'


어쩌면 내 생일은 나보다 우리 부모님에게 훨씬 특별한 날이었을 것 같다. 이 당연한 이치를 지금까지 몰랐다니, 숲이를 만나지 못했다면 나는 평생 몰랐을지도 모른다('자식을 키워봐야 안다'라는 말에 대한 신뢰가 확 올라갔다).


5월 29일 우리가 숲이를 처음 만나고 처음 부모가 된 날, 앞으로는 우리 부부의 생일보다 숲이의 생일이 우리에게 더 특별한 날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하루였다.


그리고 여러모로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고 느낄 수 있었던 아주 특별한 생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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