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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녀가 뒤처지지 않을까?'가 주는 두려움

상담하는 아빠는 육아휴직 중(233일) - 44.

by 차거

'오빠 숲이한테 다 해당되는 이야기지 않아?'

와이프가 한 sns영상을 공유하며 나에게 한 말이다. 영상은 이유식을 시작하는 아이들의 자기 주도식에 대한 내용이었고, 몇 가지 상황을 제시한 뒤 그중 내 자녀가 해당하는 것들이 있다면 자기 주도식을 시작하라는 내용이었다.


영상을 본 후 나는 이렇게 말했다.


'오.. 내용이 틀린 말은 하나도 없는 것 같네... 그런데 이 영상대로라면 이유식을 먹는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다 자기 주도식을 해야 할 것 같아!! , 이유식을 안 먹어도 자기 주도식을 해야 하고, 이유식을 너무 많이 먹으려고 해도 자기 주도식을 해야 하고, 먹으면서 발을 동동 굴러도 해야 하고, 이유식을 외면해도 해야 하고....'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우리는 손쉽게 육아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최근에는 sns상에서 그 정보에 대한 교류가 활발한 것 같다.


정보의 생산과 소비가 쉬워진 만큼 그 부작용들도 확실히 있는 것 같다. 첫째는 정보 수준의 편차가 굉장히 심하지만 그것을 구분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고, 둘째는 굳이 내가 필요하지 않았던 정보들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옷으로 예를 들자면, 예전에는 옷을 사기 위해 큰 마음을 먹고 쇼핑몰 등 가게를 가야 했기에, 사람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항시 옷을 사기 전, 어떤류의 옷을 살지, 어떤 가격대가 합리적인지 등 계획을 세웠을 것이다(그럼에도 계획대로 잘 되지 않지만).


지금은 내 손 안의 핸드폰에서 수시로 많은 옷들이 보이다 보니, 이게 나에게 꼭 필요한지, 상품은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 등등 계획 없이 충동적으로 구입하는 비율이 많아졌다.


다시 본 내용으로 돌아와서 이야기하자면, 육아관련해서는 경험이 없다면 외부정보가 절대적이다. 그런 면에서 인터넷의 발달은 너무나도 감사한 일이지만. 이를 악용(?)하는 공포마케팅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세상의 어느 부모가 '네 자녀가 뒤처질 수도 있는데? 그래도 안 할 거야?'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관심을 가지지 않겠는가.


아이에 대한 걱정을 가지고 있던 부모들이 위와 같은 정보를 얻었을 때 오히려 그 불안감은 더 커질 것이고, 아이와 아무 문제 없이 잘 지내던 부모들도 의도치 않게 위와 같은 정보를 보게 된다면, 없던 불안도 생길 것이다.


그렇다고, 웹상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를 무조건 피하라는 것은 아니다. 너무 무딘 반응은 오히려 내 자녀를 방임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웹에서 정보를 얻을 때 두 가지를 생각한다.

첫째, 이 정보가 믿을만한 정보인가를 확인한다. 웹상의 정보들, 특히 sns에 돌아다니는 정보들은 그 목적이 분명히 있다(본인의 이익을 위한, 그것이 어떤 의미에서 든지). 그리고 특징 중 하나가 '있어빌리티 한 내용'을 그럴듯하게 녹여놓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내용에 많은 사람들은 혹하게 된다. 나는 이에 혹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편이고, 내가 급한 정보일수록 더 검증하고 민감하게 받아들이려 애쓰는 편이다.


둘째, 그 정보가 믿을만한 정보인지를 확인했다면, 그것이 내 자녀 또는 우리 가족에게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 아무리 검증된 물건이고, 굉장히 좋은 방법론들이라 하더라도, 굳이 우리 가족 상황에 필요가 없다면 그것들을 따를 필요는 없다.


이렇게 두 가지만 지킨다면 무분별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그나마 괜찮은(?)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꼭 저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 방법이 무엇이든 본인의 기준을 정해놓는다면 큰 문제들은 없을 것이다.



자기 주도식을 빨리 하는 아이들이 문제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내 자녀가 자기 주도식을 하지 못한다고 초조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다.

마찬가지로 수면교육이 잘되어서 홀로 잘 자는 아이들이 문제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내 자녀가 홀로 잠들지 못한다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이제 막 세상에 나온 아이들(신생아 영아)에게 중요한 것은 '자기 주도'가 아니라 '식'과 '수면'인 것을 모르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웹상의 무분별한 정보들이 마치 '자기 주도'가 더 중요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묘한 그런 것들이 있다.


무엇이 중요한지 부모들은 분명 알고 있다. 하지만 세상은 자녀가 자랄수록 그 중요함을 잊게끔 세팅되어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숲이 와 함께 하면서 수많은 시험(?)이 있겠지만 그때마다 '진짜 중요함'을 잃지 않도록 계속 애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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