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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이 의외로 원하는 것.

내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들

by 차거

온라인 공간에서 상담관련 방송을 하다보면 그 진위여부를 알 수는 없지만(그래도 온전히 믿는 편이다. 거짓조차 그사람 아픔이 있어서 이기에), 굉장히 큰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이 꽤나 많이 들어온다.


어느 날 이었다. 한 시간가량 아무참여 없이 방송을 듣고 있던 한 청취자가 조심스럽게 말을 했다.

청취자 : 굉장히 무거운 주제 인데 제 이야기를 해도 될까요?


나는 호의적으로 답했다.


나 : 당연하지요. 그러기 위해 하고 있는 방송인 걸요.


그 청취자의 사연은 그랬다. 본인은 십대 남성인데 어머니의 자살 현장을 직접 목격했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났고 여러가지 과정을 성실히 수행하며 본인 마음이 괜찮아 지고 있으나, 한 가지 정말 힘든 것이 있다고 했다.


바로 '주변인들 대부분 자신이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꺼려 한다는 것이다'

자신은 이에 대해 계속 이야기는게 건강한 이별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리고 그래야만 한다고 조언을 듣고 있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청취자 : 사람들이 나를 보면 웃음을 짓거나, 나와의 대화를 피하고, 특히 '어머니'와 관련된 모든 이야기는 다 피하려 해요. 그러다보니 저는 오히려 '사람들이 나 때문에 힘들구나'라는 눈치를 보게 되고, 내가 더 잘못한 사람이 됨을 느껴요.


그날 나는 이 청취자의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에 감할 수 있었다. 실제 현장에서 느꼈던 아쉬움을 실제로 확인 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상담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 조차 자살, 그리고 이와 동등한 트라우마관련 사례들에 대해 두려움을 가진다. 그러니 일반인들 입장에서 이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 두렵고, 피하고 싶은 것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와이프가 한 때, 우리나라의 학생자살관련 사례를 수집하고 연구하는 일이 있었다.

자살 사고가 일어나면, 가족들 인터뷰를 통해 심리부검을 수행하고, 가족들에 대한 다양한 심리지원이 될 수 있게 연계를 하기도 했다.

갑작스레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가족의 자살을 경험한 순간 부터 그 가족들은 '자살 잠재 위험 대상'이 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그런데 과연 이들은 어느곳에서 자신의 마음을 치유받고 해소 할 수 있을지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전문가를 찾아가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 할 수 있다면 조금은 낫지만, 이들마저도 일상에선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없을테니 아쉬운건 마찬가지다.


정답과 결론을 지을 수 없는 주제이다. 하지만 그냥

' 이 사람들이 본인의 이야기를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어디든 보이는곳에 떡하니 있었으면 좋겠다'

라는 내 마음을 잔뜩 표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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