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을 기억하는 마음

by 플랫화잍

보편적인 비극은 감정을 정화시키지만, 그 비극이 개별적인 것이 될 때 사람은 이성을 잃는다.


< 내 아들의 연인>, 정미경, 문학동네, p.40




누군가 말했어. 높은 봉우리가 위대한 것은 그 안에 많은 등산가의 유해를 품었기 때문이고, 난파선의 폐허가 떠다니고 있기에 바다가 위대한 것이라고. 수많은 비극을 품은 높은 산과 망망대해는 비장해 보이기까지 해. 그래서 사람들로 하여금 언젠가 다시 봉우리에 우뚝 서겠다는 도약의 꿈과 만선의 희망을 품게 만들지. 보편의 비극이 꿈과 희망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건 시간과 이야기가 켜켜이 쌓였기 때문일 거야.


요즘은 독특한 방식으로 비극을 기억해. ‘태완이법’, ‘하준이법’, ‘정인이법’, ‘민식이법’, ‘윤창호법’, ‘김용균법’.. 상식과 예상 밖의 개별적 죽음은 종종 약한 자들의 이름으로 남지. 그 이름들은 법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를 정확히 가리키고 있어. 누군가의 꿈이자 희망이던 이름들 앞에 서글피 우는 모습을 마주할 때마다 슬며시 고개를 쳐드는 상대적 안도감에 질려. ‘상대적’이라는 건 너와 나를 구분 짓는 일이고 그 경계에는 필연적으로 혐오의 싹이 자라니까.


그래서 오늘도 인간의 마음이란 원래 그렇게 가볍다는 핑계 뒤에 숨지 않으려 노력해. 살아남은 우린 누군가의 비극에 기대어 지루한 인생에 하루를 보탰을 뿐이야. 그러니 자만 떨지 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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