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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랫화잍 Nov 29. 2022

새벽의 각성

어떤 새벽의 경험에 대해

우리는 다시 깨어나야 하며 그 깨어난 상태에 계속 머물러 있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것은 어떤 기계적인 방법에 의해서가 아니고, 가장 깊은 잠에 빠졌을 때도 우리를 버리지 않는 새벽을 한없이 기대함으로써 그렇게 할 수 있다.(p.138)


<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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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삶은 하릴없이 바쁘다. 달을 보지 않아도 아무렇지 않게 날이 저물고, 낮게 밤이 깔렸다. 집으로 돌아가는 어느 고단한 하늘에는 눈썹달이 저편으로 기울었다. 그런 날은 달이 없는 밤이 평소보다 길어져서 평소보다 느릿하게 새벽이 찾아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언제 눈을 감았는지 모르게 뚝딱 아침이 와버리는 요즘, 내게는 새벽의 각성이 간절하다.


한동안 새벽 4시에 일어나 아이들이 깨기 전까지 약 3시간을 혼자 책 읽고 글을 쓰며 보냈다. 가장 치열하게 보냈던 시간들이다. 한없이 게으르고 느긋한 새벽을 즐기고 싶은 어떤 날은 일부러 따뜻하게 데워진 이불을 휘감고 누워 눈만 끔벅거렸다. 그러다가도 곤히 잠든 세상, 깨어있는 것은 오직 나 혼자인 듯한 기분에 벌떡 일어나 침대를 정리하곤 했다.


평범한 하루의 평범한 밤을 지나 늘 같은 새벽을 맞았을 뿐이다. 그때는 읽어야 할 책이 있다는 게,  이전과 다른 특별한 경험을 나누는 하루에 대한 뿌듯함으로 새벽의 시간이 가치 있게 다가왔다. 내가 만든 습관이 나에게 ‘시간’을 선물하다니. 그때만큼은 돈 많은 사람이든, 멋진 외모를 가진 사람이든 부럽지 않았다. 적어도 나는 그들이 자는 시간에 깨어 있지 않던가.


놀랍고 이상야릇한 느낌을 주는 특별한 경험의 연속. 어쩌면 지금은 이런 상태가 ‘평범함’이 되어버린 건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새벽 기상이 불가능하고, 벌써 한 달째 새벽 운동도 나가지 못했다. 몸이 무거워지고 하루 종일 축축 늘어진다.


“그 시기에 나는 옥수수가 밤새 자라듯 성장했다. 그런 시간들은 내 삶에서 공제되는 시간이 아니라 오히려 나에게 평소 허락되는 한도를 훨씬 초과하는 시간이었다.”


최근 다시 만난 <월든>의 문장이다. 사위가 밝아질 무렵, 부스스 일어나 건너편 아파트에 하나둘 켜지는 불빛을 본다. 이 시간이 지나가면 또 다른 시간이 오겠지. 길었던 어떤 새벽의 경험은 더 오래 시간을 살게 했다. 그러니 기다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 다시 새벽 일어나기와 글쓰기를 결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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