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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랫화잍 Dec 01. 2022

바라는 마음.

‘욕심’에 대하여.

왜 살아야 하는가, 라는 질문과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 는 자기 변호가 충돌할 때, 삶은 한없이 가볍고 비루해질 수 있다.


<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잠을 잔다> 김은주, 봄알람, p.122

ㅡㅡㅡ


다음 주면 대학원 2학기가 마무리된다. 기말 소논문을 두 편 작성해야 진정한 종강이지만 말이다. 오늘 오르내린 층수가 29층, 종종대며 대략 12000걸음을 걸었다. 유난히 추운 날이라 불어오는 칼바람에 눈이 시려 눈꼬리에 눈물이 맺혔다. ‘왜 이러고 살아’라는 말을 속으로 수십 번 중얼대며 이리저리 바쁘게 걷고, 읽고, 공부했다.


공부의 기간을 따져보니 햇수로 7년쯤 되었다. 한겨레 문화센터, 아니 동네 도서관의 강좌가 내 인생 불쏘시개였다. 수업에 늦을까 봐 아이를 어린이집 선생님에게 던지듯 맡기고 돌아섰던 마음 한구석은 뻐근했다. 헌데 지하철에 몸을 싣던 순간, 그런 가책은 온데간데 없었지. 그때 알아차렸어야 했다. ‘어쩔 수 없잖아’라는 현실 타협은 내 의욕을 좀먹고 있었다.


보다 큰 욕심을 부리는 만큼 이제는 꿈도 진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이들에게만 꿈을 가져라, 실행에 옮겨라 말할 수 있나. 함께 성장하는 미래를 꿈꾸는 것이야말로 진짜 ‘욕심’일 게다. 괜찮은 미래를 꿈꾸는 일과 괜찮은 가정을 꾸려가는 일은 묘하게 닮았다. 서로의 바람을 조용히 부추기는 것. 현실과 타협하지 말라고 온 몸으로 꾸준하고 은근히 보여줄 일이다. 비록 현실은 비루하여 양말 자국 선연한 두 다리를 주무를 지라도, 이상만큼은 다정하고 단단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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