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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랫화잍 Mar 04. 2023

2. 중력을 거슬러 버틸 것.

낭창낭창 들풀의 마음으로.

하타 중급. 정신없이 수리야를 몰아치다가 시르시아사나에 이르렀다. 숨이 턱끝까지 차올라 헛구역질이 났고 머리가 어질 했다. 요즘 등과 척추상태가 좋아서 손깍지에 정수리를 대고 준비자세를 취하며 숨을 고르는데 오늘따라 선생님의 가이드가 귀에 꽂혔다. 늘 들어왔고 언제나 문제사항으로 지적받던 부분이다. 골반과 허리를 펴고 코어의 힘으로 발끝을 당기라던 말. 거짓말처럼 발끝이 떴다. 혼자만의 성공이다. 거창하게 찾아들지 않은 아주 작은 성취.


내 몸하나 누이면 꽉 차는 요가매트 위에선 중량을 치거나 쇠질을 하지도 않는다. 오직 내 몸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서서히 주변 근육을 깨워갈 뿐이다. 한쪽다리, 정수리와 양 팔로 사십 년 훌쩍 묵은 몸을 띄우기. 삶이란 중력을 거슬러 버티는 일과 같다.


아사나가 그러하듯, 자신의 의지와 타인에 대한 책임이 톱니처럼 맞물려 쉼 없이 돌아가는 삶을 거꾸로 돌릴 수는 없다. 아사나는 컨디션 맞춰 멈춰가도 된다. 허나 삶을 멈출 수는 없는 일이다. 내 톱니, 네 톱니 따지다 보면 하나쯤 부대껴 갈아 없어지는 것은 예사. 물러설 곳이 없다면 싸우기도 해야지.


나는 발뒤축으로부터 경추 끝까지 ”철심을 박아 넣“(조세희, 작가세계)을지언정, 불어오는 바람에 한없이 낭창낭창, 부러지지 않는 들풀의 마음도 기억하겠다. 내키면 왼쪽, 오른쪽 귀에 꽃을 하나씩 꽂기도 하며. 발걸음이 절로 가벼워지겠지. 똑바로 세워진 골반이 무겁던 양쪽 발을 가뿐히 올려주듯. 약했던 적 있기에 강한 존재, 무너져보았으므로 용감한 사람이고 싶다. 꾸미지 않는 다정함으로. 아주 작은 성취에 콧노래 부르며 휘적휘적 손을 저어 집에 가는 길, 발걸음도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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