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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랫화잍 Apr 03. 2023

3. 미완(未完)의 나에게.

Good bye, Mr. Lawrence.

영화 <마지막 황제>, <미스터 양>, <콜미 바이 유어 네임>, <레버넌트>를 비롯하여 우리나라의 <남한산성> ost를 작곡한 음악가이자 작곡가, 활동가 류이치 사카모토가 영면에 들었다. 그는 암을 치료하는 중에도 창작을 멈추지 않았다.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은 서정적이고 사색하는 그의 면모를 그대로 건반 위에 옮긴 모양새를 하고 있다. 쓰나미로 침수된 흔적이 역력한 피아노선을 심각하게 뜯고 튕기는 모습부터 양동이를 뒤집어쓰고 빗소리에 귀 기울이던 천진하고 실험적인 모습까지. 그는 세상이 바라는 아름답기만 한 음악이 아닌 자신이 만들고 싶은 다양한 소리에 몰두했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2011년 3·11 동일본 대지진 후부터 거의 매년 해당 지역의 아이들과 오케스트라 공연을 열고 음악 축제도 기획했다. 그는 이를 ‘가장 중요한 연례행사’라 했다. 재해 지역의 원전 문제에서 출발한 반핵운동에 앞장서고 ‘모어 트리즈(More Trees)’라는 환경 단체를 직접 창설, 저작권법, 테러리즘과 전쟁, 안보정책 반대 등 사회·정치적 현안을 다룬 시위에도 종종 목소리를 냈다. 이런 사회활동가적 면모는 그의 음악이 정치성을 ‘발언한다’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그에게 ‘음악’이란, 그리고 ‘정치’란, 삶을 사는 태도 혹은 방식과 같다.


은발을 건반 위에 드리운 채 한음 한음 짚어내던 그를 더 이상 볼 수 없다. 그는 “더 잘 보고 더 잘 듣고 더 느끼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말과 작업했던 수많은 곡을 뒤에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 어제 그의 <Merry Christmas, mr. Lawrence>를 무한 리플레이하며 내가 떠나고 난 뒤 남겨질 것들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하루하루 지나는 게 아까워 어루만지는 내 아이의 긴 머리카락부터 이 순간에도 마치 한 몸처럼 쥐고 놓지 못하는 스마트폰, 내가 사라지면 맥락 없이 떠다닐 몇 안 되는 문장들까지.


완성되지 않았으므로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은 더욱 아름답게 사람들에게 다가가겠지. 남은 음악가들이 그를 이어 다음을 준비할 것이다. 글이나 음악은 꼭 ‘책’으로 엮어야, ‘음반’으로 구현되어야 가치를 갖는 건 아니다. 완결되지 않은 문장으로 구현한 마음처럼 악보 위 토막 난 선율처럼 살아낼 일이 우리 앞에 과제로 남는다. 나는 내 이야기를 글로 옮기며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감을 느꼈다. 그래서 한번 더 주변을 살피고 나와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이려 애써본다. 타인을 더 이해할 수 있기를, 그의 마음에 진심으로 긍정하는 내가 되길 바란다. 미완의 나는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에 머무르지 않는 내일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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