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주인공이 되는 곳
글방 3기 첫날을 시작하기 전, 한주를 쉬었다. 꾸준히 발걸음 했던 게 11월 중순부터던가. 정규 클래스로 소원글방을 오픈한 지 어느새 3개월째다. 이젠 고정멤버가 생겼고, 책방 사장님 왈 유리창 밖에서 망설이다가 괜히 묻고 가는 잠정(멤버라 부르고 싶은) 인원도 꽤 있다고 한다. 과제 합평과 현장 글쓰기, 낭독 순으로 진행하는 수업이 자리를 잡아가는 듯하다.
딱 1주일 못 봤을 뿐인데 반달눈이 되어 반가워라 책방에 들어오는 S님, 힘든 일정이 있노라 한 주 쉬어가자던 J님은 몸살인지 골골, 마스크 쓰고 코맹맹이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넨다. 이리저리 글방 식구들 챙기느라 분주한 L님이 건네는 따끈한 차가 쌀쌀한 아침, 책방 공기를 덥힌다. 늘 간식을 챙겨 오는 Y님이 “늦었죠?”하며 책방 문을 열고 들어서면 소원글방, 본격 시작이다.
각자 과제로 적어온 글을 읽는 목소리가 공간을 채운다. 낭독은 내가 쓴 글과 거리를 유지하는 좋은 방법이다. 사람들 앞에서 내 글을 공표하며 ‘누구나 살면서 적어도 한번’ 주인공도 되어본다. 함께 글 쓰는 멤버는 주인공의 낭독에 생생하게 응답하는 독자가 된다. 돌아가신 어머님에게 띄우는 담담한 누군가의 편지는 다른 이가 묻어둔 아픈 기억으로 다가가고, 귀대하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며 사뭇 심각했던 글이 찔끔 눈물을 찍어내며 우리를 웃게 만들기도 한다. 글방 수업은 시시콜콜한 소재를 ‘이야기’로 만드는 것, 단지 그뿐이다.
우리는 다른 이의 시선 때문에 발화 시기를 놓쳐버린 말을 마음에 눌러 담아두곤 한다. 미처 글이 되지 못한 말은 억울했거나 서럽고, 분하다가 슬프다. 넘치는 말 중 무엇을 선택할지는 우리의 자유다. 하지만 넘실대는 말보다 쓰지 못한 말, 말로 옮길 수 없는 말을 종이에 끈질기게 옮겨보겠다는 처음의 결심을 잊지 않으려 한다. 오직 소수에게만 회자되더라도.
이야기로 묶인 우리의 끈끈한 유대를 믿는다. 촘촘히 묘사하며 섬세하게 쌓아가는 우리만의 서사는 다시 일주일을 살아낼 용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