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털어놓을 시간을 기다린 비밀, 이야기하고 난 뒤 상대의 표정을 살피게 되는 비밀. 과연 비밀이었을까? 모든 사람에게는 비밀이 있다. 희망, 꿈, 콤플렉스, 부족함, 결핍, 잘못 등, 비밀에는 갖가지 사연이 있다. 비밀이 있다는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그 비밀을 감추는 것에서 비롯한 마음의 병이 문제일 뿐이다. 채운, 지우, 소리의 가운데에는 감추고 싶은 ‘비밀’이 놓여있다. 그들이 간직한 비밀은 자신을 구하기 위해, 더 나아가 주변의 누군가를 살리려는 것이다. 고등학교 2학년, 짧은 방학 동안 벌어지는 이들의 이야기는 각자의 시점을 오가며 펼쳐진다. 작가 김애란은 주변 상황의 변화와 함께 이루어지는 인물의 성장 과정을 특유의 간결하고 여운 가득한 문체로 담아냈다.
채운은 일 년 전 여름 가정 내 칼부림 사건으로 인해 그의 엄마는 교도소에 수감 중이고 아버지는 혼수상태로 병원에 입원해 있다. 그는 현재 반려견 뭉치와 이모 집에 얹혀산다. 여행을 떠난 엄마가 실족사를 당해 엄마의 애인, 선호 아저씨와 사는 지우는 방학 동안 돈을 벌어 독립할 계획을 세운다. 지우의 반려 도마뱀 용식이는 가족과 같은 존재로 지우가 지방 건설 현장에서 돈을 버는 동안 친구 소리에게 맡겨진 상태다. 소리는 누군가의 손을 잡으면, 그의 죽음을 예감하는 능력이 있다. 채운과 지우, 그들의 이야기와 비밀의 가운데에 연결고리인 소리가 있다.
같은 반 친구들은 ‘이중 하나는 거짓말’이라는 자기소개 게임을 통해 서로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이 게임에서 각자는 사연이 담긴 진실과 비밀스러운 거짓을 말하며, 상대가 거짓을 맞추기보다 진실을 남기도록 유도한다. 서로에게 비밀을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에 자연스럽게 거짓말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때로는 나에게는 진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상대에게는 거짓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작가는 독자에게 ‘거짓’을 찾아내는 역할을 부여하며, 독자는 이를 통해 이야기 속 캐릭터들의 내면을 살펴보게 된다. 누군가는 그저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일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상대의 비밀을 알게 되는 일이 인생을 더 버겁게 만드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밀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것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면, 현재를 더 깊이 사랑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들의 비밀은 각자의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독자가 나만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는 성장의 과정이 된다.
작가는 80년대생 작가 중 선두 주자로 평가받는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에 지원할 때, 고등학교 3학년 시절 글짓기 대회에서 받은 워크맨을 팔아 입시 전형료를 마련한 이야기는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졸업 이후 그는 소설집 『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 『비행운』, 『바깥은 여름』,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 산문집 『잊기 좋은 이름』 등을 발표했다. 그리고 이번 신작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그의 두 번째 장편소설로, 13년 만에 돌아온 새로운 작품이다.
지난 8월 21일 출간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한 기자가 “왜 다시 청소년 이야기로 돌아오게 되었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이 친구들에게 아주 적극적인 구원은 아니더라도 희미한 용기나 약간의 디딤돌이 되어줄 어른을 조금이라도 두고 싶었다”라고 답했다(세계일보, 2024-08-31, [김용출의 문학삼매경]).
점으로 흩어져 있는 인물을 잇는 것은 ‘선’이다. 채운과 지우를 잇기 위해 소리가 내미는 손은 그들을 연결해 주는 선이 된다. 책 속 구절, “우리가 대상을 해석하는 방식”(p.83)처럼, 우리는 선 위에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이해하려 노력한다. 결국, 타자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은 서로에게 손을 내미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제 우리는 각자의 삶 속에서 어떻게 ‘좋은 직선’을 그릴지 고민해야 할 때다. 비록 또 다른 거짓이 섞여 있더라도, 서로의 진실에 닿으려는 여정은 계속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