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o much thought?
#슬픈 사실
헬스장에서 사이클을 타려고 했는데, 의자를 앞으로 당기는 방법을 몰라 결국 다른 머신을 이용했다. 괜히 답답해서 사진까지 찍었다.
또 안마의자가 있어서 써보려고 했는데, 조작법을 몰라 리모컨만 만지작거리다 그냥 일어났다. 한참을 이것저것 눌러봤는데.. 작동하지 않는다. 고장인가 싶기도 하고.
그런데 나중에 보니 다른 사람은 아무렇지 않게 잘만 쓰고 있더라. 민망함은 나의 몫.
다른 날.
너무 더워 잠들기 전 선풍기를 켜려고 했는데 작동이 안 된다. 좀 오래된 선풍기라 그런가.
미풍, 약풍 버튼을 누르면 움직일 기미도 보이지 않고 강풍 버튼을 누르면 ‘위잉- ’ 소리는 나는데, 프로펠러가 돌질 않는다. 며칠 전부터 이랬다.
평소엔 내가 못할 것 같으면 시도를 안 하는 편인데, 왠지 오늘은 고쳐보고 싶었다.
모터에 문제가 있나 싶어서 전면 그릴을 분리하고, 날개도 떼고, 후면 그릴까지 벗겨냈다. 처음 보는 선풍기의 벌거벗은 모습. 이렇게 생겼구나 싶었다.
그런데 모터가 보이지 않는다. 그건 본체 뒤쪽까지 분해해야 할 것 같다. 거긴 포기. 대신 앞쪽에서 눈에 보이는 부품들을 이것저것 만져보고 먼지도 닦아줬다.
그다음 다시 버튼을 눌러보니, ‘위잉- ’ 하며 잠깐 렉이 걸리다가, 점점 돌아갈 기미가 보였다.
이제 작동할 것 같아서 다시 조립을 시작했는데... 후면 그릴을 안 끼운 채로 프로펠러부터 끼워버렸다.
..... 그걸 제일 먼저 끼워야 하는데.
아무튼 나에겐 기계 만지는데 소질과 센스가 없다는 슬픈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고 두 번 일을 했다. 처음부터 다시 분해하고 조립했다.
아직도 이 선풍기가 왜 다시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O
#Being alive ; listen to my heartbeat
요가에 '사바아사나(Savasana)'라는 자세가 있다.
수련의 마지막 단계에서 주로 수행되는 이완 자세로, 몸과 마음, 그리고 호흡까지 완전히 내려놓고 깊은 휴식을 경험하는 자세이다.
겉보기에 단순히 누워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의식적인 이완을 통해 몸과 마음을 깊이 회복시키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사바아사나(Savasana)'는 산스크리트어로,
사바(Sava) = 시체(corpse)
아사나(Asana) = 자세(posture)
즉, 사바아사나는 '시체 자세(Corpse Pose)'를 뜻한다.
우리말로는 '송장 자세'라고도 불린다.
이 자세는 죽은 사람처럼 모든 근육과 생각을 내려놓고 완전히 이완된 상태를 표현하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
무념무상의 자세와 비슷하다.
나는 몇 년 만에 요가를 했다. 이날은 몸 상태가 별로여서 공원에서 짧게 러닝을 한 뒤, 집에 와서 무슨 운동을 더 해볼까 고민하다가 요가를 선택했다.
고강도 자세는 오랜만이라 중심을 잡을 때 비틀거리기도 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따라갔다. 요가를 하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내 몸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어떤 근육을 쓰고 있는지, 아주 미세한 감각까지도 느껴진다. 겉으로 보기엔 격렬하지 않아 땀이 나지 않을 것 같지만, 직접 해보면 생각보다 많은 땀이 흐른다.
사바아사나로 높아진 심박수를 천천히 가라앉히며, 들숨과 날숨으로 호흡을 정돈한다. 이 순간엔 정말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오직 몸에만 집중하게 된다.
그리고 나의 심박 소리가 가장 크게 들린다. 그 순간, 내 육체가 ‘살아 있음’을 아주 선명하게 느낀다.
정신없는 삶 속에서, 잠시 '멍'의 상태로 들어가는 것.
#두 번 웃는 이유
운동을 마치고, 샤워하고, 머리를 말리며 거울을 봤다.
기분이 좋다.
웃었다.
'너 누구냐'라고 물어봤다(속으로).
화장하지 않은 얼굴이 뽀송하고, 좀 청초해 보인다.
하지만 이 착시효과는 샤워 직후, 한 시간 한정이다.
다음 날 아침이면 부스스한 얼굴에 숱 많은 머리카락이 사방팔방 자기주장한다.
어젯밤 나는 꿈이라도 꿨나.
오늘도 웃는다.
어젯밤의 내가 어이가 없어서.
#이상한 가족 ; 라스베가스에서 생긴 일
저녁 먹고 아빠랑 커피를 사러 밖에 나왔다. 아빠가 엄마에게 나가자고 꼬셨지만 엄마는 바지 갈아입기 귀찮다고 하셔서 해서 둘이 나왔다. 커피 가지고 나는 곧장 집에 갈 생각이었는데, 아빠가 집 앞 산책하자고 해서 시작된 산책길.
프리마켓 상점들이 열렸고, 사람들이 꽤 많이 보인다. 요 며칠 밤에는 바람이 불어 걷기 좋았다.
걷다 보니 인형 뽑기 가게가 보여서 구경할 겸 잠깐 들어갔다. 사실 시원한 바람 때문에 몸이 이미 들어가고 있었다.
안에서는 뽑기에 실패한 커플의 한숨 소리도 들리고, 어린아이들이 기대 가득한 얼굴로 뽑기 버튼을 누르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어떤 남자는 엄청나게 큰 비닐봉지에 인형을 가득 담고 나가고 있었다. 나는 너무 놀라서 “저거, 문 열고 꺼낸 거 아니야?”라고 했더니 아빠는 다 뽑은 거라고 하신다.
Wow...
우리 가족은 도박성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인형 뽑기가 도박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실력 있는 자들은 소수이며 일반인에게는 운의 요소가 커 보인다.) 부모님은 유흥에도 관심이 없고, 흥미도 느끼지 않으셨다. 그래서 나 역시 어릴 적에 그런 종류의 게임을 거의 해본 기억이 없다.
갑자기 한 일화가 생각난다.
미국에 있을 때, 가족들이 나를 보러 온 적이 있다. 그때 함께 라스베가스를 여행했다.
보통은 베가스에 가면 관심이 없더라도 적은 돈으로 재미 삼아 겜블링을 한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흥미가 없어서 하지 않았고, 유명한 쇼도 보지 않았다.
우리 가족은,
라스베가스 역사박물관을 갔다....
박물관 안에는 우리 가족밖에 없었다.
다들 그럴 거면 왜 갔냐고 말한다. 나도 잘 모르겠다.
이상한 가족이다.
그곳은 내가 간 곳 중 가장 Hot한 곳이었다.
사람들도, 날씨도.
소돔과 고모라 같은 느낌도 받았다. 여자들은 거의 옷을 입지 않은 채 거리를 활보하고, 길거리에는 마약을 한 사람들과 술에 취한 이들이 넘쳐났다.
낮이나 밤이나, 라스베가스는 불이 꺼지지 않는다.
나는 이곳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궁금해졌다.
라스베가스는 전 세계적으로 ‘유흥과 도박의 도시’, 혹은 ‘죄의 도시(Sin City)’로 불리며, 화려한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 도시는 처음부터 화려했던 것이 아니라,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에서 시작되었다.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기, 후버 댐 건설을 위해 수많은 인부들이 네바다주 라스베가스로 몰려들었고, 그들을 위한 술집, 유흥업소, 도박장 같은 오락 시설이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1931년, 네바다주는 미국 최초로 도박을 합법화했다. 당시 대부분의 주에서 도박은 불법이었기 때문에, 이 결정은 라스베가스를 단숨에 도박의 중심지로 만들어버렸다.
이후 1940~50년대에는 마피아 세력이 대거 카지노 사업에 투자하며 자본이 유입되었고, 라스베가스는 더욱 빠르게 성장했다.
이 시기 지어진 대표적인 카지노들은 마피아의 자금 세탁 수단이 되기도 했지만, 동시에 도시를 ‘엔터테인먼트의 수도’로 변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비행기 여행이 보편화되면서 미국 전역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들었고, 도박뿐 아니라 쇼, 콘서트, 고급 호텔, 나이트라이프가 어우러진 All-inclusive 관광도시로 발전했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 라스베가스는 미국식 욕망, 자유, 오락이 집약된 도시가 되었다.
라스베가스 배경으로 한 유명한 영화로는 단연 ’ 오션스 일레븐‘이 떠오른다.
이 영화는 라스베가스의 도박, 사기, 화려함을 가장 세련되게 담아낸 작품 중 하나로, 도시 전체가 하나의 쇼 같고, 거대한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한 판 승부처럼 느껴진다.
카지노라는 공간이 사람들의 욕망과 환상, 그리고 그것을 노리는 사기와 전략의 공간이라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영화 말미, 벨라지오 호텔 앞 분수 장면은 인상 깊은 마무리를 남긴다. 영화 개봉 이후 이 장소는 더욱 유명해졌다고 한다.
나 역시 그 분수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영화 속 장면이 떠올랐다.
벨라지오 호텔 앞의 분수쇼.
우리가 갔을 때는 마이클 잭슨 노래가 흐르고 있었다.
작전을 마친 대니 오션과 그의 팀이 벨라지오 호텔 앞 분수쇼를 바라보며 잠시 여운을 즐기는 장면 (분수쇼-1:48초)
https://www.youtube.com/watch?v=nfzN8xY4bXs
한편으론 영화 속 화려함이 이곳을 미화시키는 듯하다.
휘황찬란한 호텔과 카지노의 아래, 하수도 안에는 노숙자들이 모여 지금도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빛 없이, 어둠 속에서 하루하루를 견디며 살아간다.
관련 인터뷰
https://youtu.be/Xyo0EqQpc18?si=Fu67UWZqC01dFHzj
반짝한 네온 아래, 인간의 욕망과 그 대가가 공존하는 도시다. 겉으로 보이는 빛은 강렬하지만, 그 아래엔 어두운 그림자들이 뒤엉켜 있다.
우리는 쇼의 무대 뒤편을 보는 시선도 필요하다.
라스베가스에는 이런 말이 있다.
“What happens in Vegas, stays in Vegas.”
베가스에서 일어난 일은 베가스에 남는다.
#제발.
반포에 다시 올 일이 있어서 오늘은 운동화를 신고 왔다.
러닝 하려고.
그런데 비가 온다.
이따가 비가 그쳤으면 좋겠다.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