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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 원짜리 글

by 실버레인 SILVERRAIN



어젯밤, 헬스장에서 운동 중이었는데 당근마켓 알림이 '띵동' 울렸다. 소소한(?) 일거리를 하면 3만 원을 벌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요즘엔 "바퀴벌레 잡아주세요", "벌레 시체 치워주세요" 같은 글이 자주 보인다. 가격은 5,000원부터 많게는 2~3만 원까지 가격대도 다양하다. (볼 때마다 갈까 고민된다)


아무튼 일단 신청해 두고, 알림이 다시 오지 않길래 운동을 계속했다. 그러다 복근운동을 시작하기 직전, 드디어 메시지가 왔다. 가능하냐고.


왔다 갔다 하는 시간, 체력 등을 고려해보고 한다고 했다. 어차피 운동도 더 할 생각이었으니까.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었다. 외진 골목길엔 덩치 큰 남자 무리가 담배를 피우며 시끄럽게 웃고 있었고, 편의점에서 나온 한 여자는 썩 좋지 않은 표정으로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었다.


나는 평소 늦은 밤엔 집 앞 공원 정도만 갔었다.(그 길은 학교도 있고 큰길이라 안전하다.) 그런데 이 길은 뭔가 경계 모드로 전환되는 길이었다.


일감을 가지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는데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 성격상 '간단히'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열과 성을 다해 집중했고, 대략 2~30분이면 끝날 줄 알았던 일이 1시간이 넘게 걸렸다.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사장님께 다시 돌아가기 전, 작은 쪽지 하나를 남겼다.


'일 맡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작업결과가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어요. 장사하시는 것 같아 보였는데요, 사업 번창하시길 바랄게요 :)'





문득, 이런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


"나의 1시간은.. 얼마의 가치가 있을까?"


이 질문은 예전부터 해왔다. 특히 단순한 노동을 할 때면 어김없이 떠오른다. 회사에서도, 카페에서도.


미국에 있을 때 피아노 레슨도 병행했는데, 최대 시간당 70달러를 받았던 적도 있다. 당시 카페 시급의 거의 세 배였다.(물론 팁은 제외하고) 학생에 따라 좀 더 저렴하게 받기도 했지만, 미국 물가를 감안하면 꽤 괜찮은 수입이었다. 한국에서도 학교 수업을 나가면 시급이 나쁘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봤을 때, 내가 가진 재능과 지식, 그리고 경험으로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이 가장 큰 금전적 보상을 안겨주었다.


3만 원 일거리로 내 노동과 시간, 그리고 그 가치를 다시 한번 곱씹은 시간이다.



아무튼 돈은 삶에서 중요한 것이다.




친구에게 돈과 물질에 관한 진지한 이야기를 했더니, 말끝에 이렇게 묻는다.


친구 : "너 두더지야..?“


나 : ".... 웬 두더지????????????"


"잘 생각해 봐"


"음.... 땅 파면 돈 나오냐 그런 이야기인가...."


"...... 아니, 두더지는 땅을 파잖아. 또 생각이 깊어졌다고"


"ㅎㅎㅎㅎㅎㅎㅎㅎㅎ 너 기발하다"



코러스 신나는-

Money, Money, Money

https://www.youtube.com/watch?v=ETxmCCsMoD0&list=RDETxmCCsMoD0&start_radi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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