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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망의 글

by 실버레인 SILVERRAIN



슬픈 글을 읽었다.

꼭 안아주고 싶은 글이었다.

세상은 불평등하다.


왜 ‘나’일까? 왜 나에게.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인생을 바라보는 내 시선과 관점이 바뀐 데는 분명 어떤 사건이 있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하기엔, 그 여파는 너무도 컸다.


어린 마음에 내 인생은 끝난 줄 알았다.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난 걸까?’ 수없이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질문을 내려놓고, 내 삶의 일부였음을 받아들인다.


있었던 일이 없었던 일이 되지 않으며, ‘겪음’으로 치열하게 생각했던 것은 인생의 방향을 조정하는 나침판이 되어간다.


나는 사람의 얼굴을 보고 몸에서 치가 떨리는 경험을 했다. 몸이 저절로 움츠려 들었는데, 내 몸 안에서 무엇인가 휙 빠져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눈이 저절로 감겼으며 몸에 힘이 풀렸다. 심장을 도려내는 듯한 울음을 그때 처음으로 터뜨렸다.

당시에는 용서라기보다는… 어쩔 수 없었다는 사실에 마음을 놓았던 것 같다. 어린 내가 감당하기엔 너무 벅찬 일이었다. 나는 초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잘 살고 싶었기에 나 자신에게 실망도 더 컸다. 무르고 약한 나를 미워하기 시작했고, 세상이 삐뚤게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다시 돌아올 수 있었던 건 부모님 덕분이다.


그때 나는 몰랐다. 아빠는 침착하게 상황을 정리하며, 내가 무너지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주셨다. 내가 알고 있던 부드러운 아빠가 아닌 강하며 힘 있는 모습이었다.


이 글을 읽을 때마다 울컥한다.


한국에 도착한 그날, 나는 부모님의 눈을 제대로 마주 보지 못했다. 눈엔 눈물이 고여 있었고, 나는 그 눈물을 꾹 삼키고 있었다.


내가 건강하며 밝게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부모님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님이 나의 부모님이라 감사한 마음이 든다. 정말로.


나로 인해 걱정하고 아팠을 부모님을 생각하면, 나는 더 밝게, 더 잘 살고 싶어진다.


밝은 날들 속에서도 문득, 홀로 흘러 다니는 듯한 고요에 잠길 때가 있다. 그럴 땐 ‘차라리 몰랐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하지만, 점점 알게 되어가는 것 같다. 그 시간들이야말로 나를 단단하게 빚어내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렇게 다져진 마음이, 누군가에게 회복과 위로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인생은 아름다워'


고통과 비극 속에서도 살아갈 용기를 주며 따뜻함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보았을 때 세상이 조금 더 밝아지고, 우리는 결국 인생이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게 된다.


그런 따뜻함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먼 훗날 그래도 인생은 아름다웠다고 말할 것이다.



혼자 국립현대미술관에 왔다.

형이상학적인 어떤 세계 속으로 들어갔다가 나올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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