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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센 여자의 빨간 립스틱

by 실버레인 SILVERRAIN


내 친구는 안팎으로 기가 세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무표정일 때는 사람들이 무섭다고도 한다. 친구 스스로도 그런 말을 많이 들어서 그런 인상이 어느 정도 맞는다고 인정한다.


그리고 친구의 새빨간 립스틱도 그런 인상에 한몫한다. 어쩜 그리 잘 어울리는지...


나는 진한 립스틱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친구 립스틱 한 번 발랐다가 거울보며 1초 만에 "어우" 하며 지웠던 적이 있다. 나에게는 코랄이 가장 잘 맞는다.



친구는 사람들이 다가가기 무섭다고 직접 말한 적도 있고, 뒤에서 다른 사람을 통해 그런 이야기를 전해 들은 적도 있다고 했다.


목소리 톤도 높지 않은 편이다. 그런 말을 너무 자주 듣다 보니, 결국 자기만의 돌파구를 만들었다.


말투에 ‘~용’을 붙이고 평소보다 한 톤 높여 말하는 변화였다.


남을 위해 자신에게 조금씩 변화를 준 모습이 멋지다고 나는 생각했다.


이 친구와는 고등학교 때 처음 만났는데, 그때도 그런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고 한다. 나는 친구에게서 전혀 그런 인상을 받지 못해 의아했지만, 분명 그런 경험들이 있었던 모양이다.


아, 이 친구가 웃을 때 정말 호탕하다. ‘깔깔깔’ 터지는 육성 웃음은 그 강한 인상과는 완전히 다른 반전 매력이다. 다른 사람까지 그 웃음소리에 웃게 만든다. 요즘 웃을 일이 별로 없다니, 만날 때마다 어떻게든 웃게 해주고 싶다. 그래서 순간순간 어떻게 웃길지 생각하게 된다.


우리 성향은 정반대지만 그래서인지 더 잘 맞는다. 서로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순간이 많다.


친구는 자신을 제대로 알게 되면 진심은 그렇게 차갑지 않다는 걸 알게 될 거라고 말했다. 맞다. 이 친구는 정말 따뜻한 사람이다.


사람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깊은 내면의 ‘속사람’은 다르다. 나는 그 ‘속사람’과 대화하는 걸 좋아한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돌아보면, 나는 사람의 그런 면을 자연스럽게 끄집어내는 데 능한 것 같다. 아니 능이라기보단 어느새 보니 그렇게 하고 있다. 그렇게 흘러간다.


아무리 기가 세 보이고 차갑게 보여도 그 안으로 들어가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그래서 나는 사람을 무서워하지는 않는다. (이제 무서워하는 건.. 새, 공포영화 이런.... )


어제도 나에게 그런 대화를 청하는 사람이 있었다.


by the way,


"XX아, 나는 기가 세 보여?"


"아니"


"..................;;;."




회복력은 타인의 생각과 가슴속에 ‘나’라는 존재가 자리하고 있다는 걸 느낄 때 생기는 힘이다.

- 다이애나 포샤-


한 사람이라도 내 곁에서 진심으로 들어주고 지지해 주는 존재가 꼭 필요하다.


예전에 이런 대화를 들은 적이 있다.


“부부 사이에서 한 사람이 빛을 내려면, 다른 한 사람의 희생이 필요하다.”


두 사람 모두 동시에 잘 되는 부부는 드물고, 한 사람이 잘 될 때는 다른 한 사람이 그 자리를 채워준다. 한쪽이 내조와 외조를 맡으며 서로에게 감사하고 고마워할 줄 알아야 오래도록 화목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나는 아직 결혼을 해 본 적 없지만, 그 말의 의미를 어렴풋이 느낀다. 이 말이 모두에게 진심으로 새겨진다면, 이혼 가정도 훨씬 줄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한 사람의 믿음과 지지는 다른 한 사람을 더 크게 성장시킨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말이기도 했다.




나와 나,
나와 친구,
나와 연인,
나와 가족.


그 사이에 존재하는 ‘지지받고 있다는 믿음’은 사람을 다시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



Good Will Hunting

숀이 보여준 진심 어린 지지는, 윌이 스스로의 속사람을 바라보고 마음을 열 수 있게 만든 회복의 시작이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zKQBHkzOYvw


이제 운동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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