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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과 여우

결혼의 신비

by 실버레인 SILVERRAIN



일할 때 ‘곰 같으니 좀 여우가 될 필요가 있다’라는 말을 상사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일하는 것과 회사 생활 전반을 통틀어 나에게 보이는 행동에서 그런 말을 한 것 같다.


속으로 생각했다. 단순히 미련하게 일하는 것이 아니라, 나중을 생각하면 오히려 더 현명한 선택이라는 걸. 지금 그런 말을 듣는 것이 오히려 내가 내 삶을 꼼수 없이, 반듯하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방증처럼 느껴졌다. 나의 삶의 태도를 조금씩 쌓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여자들 많은 무리에서 여우 같은 행동을 하면 자연스레 뒷말이 나오기 마련이다. 나는 그냥 더욱더 묵묵히 내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다.


나에게 그 말을 했던 상사는 다른 사람과 기싸움하며 관계 속에서 힘들어하다가 결국 나갔다.






어렸을 적부터 ‘열심히’, ‘열정적’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학생 때, 청소시간. 청소를 열심히 했다. 친구들이 청소를 왜 이렇게 열정적으로 하냐고 물어봤다.


카페에서 일할 때도 남들 잘 안 닦는 곳까지 걸레질하며 즐겁게 청소했다. 그리고 옆에 핀 노란 장미의 향을 맡으며 감사했다. 그냥 난 이런 사람이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면 그 안에서 감사를 찾으려고 한다.


내 DNA엔 그런 에너지가 탑재되어 있다.


자격증이 필요해 따기로 마음먹으면 책을 일단 산다. 디데이까지 챕터를 나누고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그냥 공부한다.


컴퓨터 디자인 자격증도 강의 사기엔 돈이 아까워 책 사서 매일 연습해 감각을 익히며 땄다.


장비 다루는 걸 좋아하진 않는데, 해야 하면 공부해서 알고 넘어가야 직성이 풀린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이해하고자 하는 강한 성향 덕분에, 배우는 속도가 자연스럽게 빠른 것 같다.


그리고 모르는 것에서 앎으로 나아갈 때, 희열을 느낀다.






관계에서, 나는 나보다 상대방에게 맞춰주는 경향이 있다. 분위기와 흐름을 빨리 파악하기 때문에, 때로는 내가 조금 피곤해진다. 사람이 모이면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맡게 되는 것 같다. 이런 성향으로 내가 아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가르치는 일이 잘 맞기도 했다.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또 내 또래와 나이 많은 어른을 피아노 레슨하며 각 세대별로 대하는 태도가 다른 나를 발견했다.


곰이든 여우든, 누가 뭐라든 나는 그냥 나답게 살아간다.



흠.. 남자들은 처음엔 여우 같은 여자를 좋아하는 것 같다. 여자들도 외적인 면을 먼저 보는 경우가 많으니 뭐.


남녀 모두 처음엔 외적 요소에 끌리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세상을 보면 관계를 지속하는 데 있어서는, 외적인 것보다 내적인 힘과 태도가 훨씬 더 큰 역할을 하지 않나 싶다.


사촌오빠에게 여자친구가 있다. 내가 결혼할 거냐고 물으니, 결혼하기엔 너무 생각이 어리다는 말을 하며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대답했다. 오빠는 같이 시간을 보내며 그 여자의 말과 태도에서 결혼할 여자는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여자든 남자든 평생 같이 할 사람은 따로 있는 듯하다.






어제의 주제 <결혼의 신비>



창세기 2:21–22


여호와 하나님이 아담을 깊이 잠들게 하시니, 그가 잠들매 그의 갈비뼈 하나를 취하고, 살로 대신 채우시고, 여호와 하나님이 아담에게서 취하신 그 갈비뼈로 여자를 만드시고 그를 아담에게로 이끌어 오시니.



성경은 문학적이고 상징적인 언어로 쓰였기 때문에, 여기서 말하는 “갈비뼈”는 단순한 신체 부위 그 이상을 의미한다.


가슴(심장) 근처의 갈비뼈

여자는 남자의 옆에서 함께 살아갈 존재이며, 사랑과 보호의 대상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즉, 갈비뼈는 “동등함, 동행, 사랑”의 상징이다.


성경은 남자와 여자에게 서로 다른 역할을 부여하지만 그 가치는 절대적으로 동등하다고 본다.



에베소서 5장


22 아내들이여, 남편에게 순종하기를 주께 순종하듯 하십시오.


23 그리스도께서 교회의 머리이듯이, 남편은 아내의 머리이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며, 그리스도는 자기 몸인 교회의 구주이십니다.


24 그러므로 아내는 교회가 그리스도께 순종하듯이, 모든 일에 남편에게 순종해야 합니다.


25 남편들이여, 아내 사랑하기를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셔서 교회를 위해 자신을 온전히 내어 주심같이 하십시오.


26 그리스도께서 그렇게 하신 것은, 교회를 물로 씻고 말씀으로 깨끗하게 하여 거룩하게 하기 위함이었고,


27 또 교회로 하여금 한 점의 티나 주름이나 그와 같은 결점이 없이, 거룩하고 흠 없는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자기 앞에 온전히 서게 하기 위함입니다.


28 이와 마찬가지로, 남편도 자기 아내를 자신의 몸인 양 사랑해야 합니다. 자기 아내를 사랑하는 것은 곧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29 자기 몸을 미워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위해 그렇게 하시듯, 누구나 자기 몸을 먹여 주고 돌보아 줍니다.


30 우리는 모두 그리스도의 몸에 딸려 있는 지체들입니다.


31 “이러므로 남자는 자기 부모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되는 것입니다.”


32 여기에는 깊은 비밀이 담겨 있습니다. 지금 나는 그리스도와 교회를 두고 이 말을 하고 있습니다.


33 그러므로 여러분은 각각 자기 아내 사랑하기를 자신의 몸을 사랑하듯 하고, 아내도 주께 하듯 자기 남편을 존경하십시오.



이 본문은 아내에게는 존경과 신뢰를, 남편에게는 희생적 사랑을 요구함으로써 서로를 세워주는 관계를 그린다.


나는 두 기둥, 남편과 아내가 견고하게 버티는 가정을 세우고 싶다. 세상이 점점 힘겨워지고 악해질수록, 가장 먼저 지켜야 할 것은 바로 가정의 뿌리이지 않을까. 사람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가정을 이루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있다. 나의 윗세대가 그렇게 보여주었고, 그 길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결혼을 할 때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보라: ‘나는 이 사람과 늙을 때까지 대화할 수 있다고 믿는가?’ 결혼에서 다른 모든 것은 일시적인 것이다.”

- 니체,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中


관계에서 대화는 중요하다. 대화는 상대방과 나를 연결하는 고리이며, 삶과 직결된다. 이제.. 말이 안 통하는 사람과 같이 있으면 대화가 단절되고 관계는 삐그덕 거리기 시작한다.








가족 식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남동생이 친구와 의견 차이가 있었다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화두는 ‘결혼해서 한 번도 싸우지 않을 수 있는가?’


남동생은 “싸우지 않을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왜냐하면, 그 예시가 눈앞에 있고 그렇게 본인도 살 거라고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나도 동의한다.


그러나 친구는 절대로 그럴 수 없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남동생은 친구의 부모님 부부싸움까지 목격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사람은 보는 대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아니면 정말 아닌 것 같아서 “저렇게 돼지 말아야지” 하고 마음을 굳게 먹거나.



오늘 하루도 일과 운동에 감사하며 성실히! :)


Come Away with Me

https://youtu.be/lbjZPFBD6JU?si=hNqvAW-XfBYjLmo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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