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떻게 자기 방어기제를 극복했는가

유머와 자기 이야기

by 김이난달

"너는 누구랑 있어도 어색한 것 같아"

고등학교 시절 한 친구에게 들은 말이다. 당시엔 꽤 충격이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었다. 누군가 누구랑 제일 친하냐고 물어보면 딱히 답할 이름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느샌가부터 나 스스로도 변했다고 느낀 시점이 있었다. 20대 중반, 입대 전후였다. 그 전까지의 나는 자기 방어기제가 높았다.

나는 자기 방어기제를 '스스로 상처 받지 않기 위한 노력'으로 본다. 그래서 무조건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과거의 나는 그 정도가 심했다.

어린이로 불리는 시절부터 나는 남에게 장난치기를 싫어했다. 그러다가 혹여나 상처를 주지 않을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사람이 장난치거나 몸에 터치하는 것도 싫어했다. 나는 그 모든 과정이 문제를 만들까 봐 매 순간 두려웠다.

이 태도는 대학에 가서도 이어졌다. 같이 노는 무리에서 즐기는 자리에 가지만 사람들과 알 수 없는 벽을 느꼈다. 나는 적이 생기는 게 무서웠고 예의를 차리느라 덩달아 격도 높였다. 오래 봤다고 생각되는 사이에서도 가벼운 농담 같은 것도 안 했다.

그러다 보니 말 수 자체가 줄었다. 말을 안 하니 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말을 조리 있게 하지도 못했다. 그 모든 과정이 어색했다.

사실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거니와 딱히 할 말이 생각이 안 났다. 나아가 내 어린 시절 이야기는 특별할 게 없었고 오히려 숨기고 싶었다. 어두운 이야기를 하기 싫었다. 이러다 보니 모든 사람과 거리를 두게 됐다. 나를 의지하는 사람도, 내가 의지하는 사람도 없었다. 내 속 이야기를 풀 대나무 숲은 존재하지 않았다.

사람이 친해지기 위해선 공통의 관심사, 경험 등이 필요하다. 거기에 적당한 유머는 분위기를 밝게 만든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내 주변에 그런 친구들이 있었고 덕분에 나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때론 드립을 배워서 다른 자리에 풀기도 했다.
재밌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유머 감각을 늘렸다. 항상 재치 있게 생각하려는 사고방식을 머릿속에 넣었다.

더불어 나도 나를 조금 내려놨다. 어느 순간부터 웃음의 재료가 되거나, 내가 웃음을 주기 시작했다. 속으로 뿌듯했다. 내가 느껴도 사람이 점차 더 외향적으로 변했다. 주변에서도 더 밝아졌다, 재밌어졌다는 소리를 들었다.

가장 중요한 건 스스로 노력과 주변 환경을 밝게 만드는 거다. 물론 내가 상처를 받는 것도, 다른 사람에게 상처 주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더 큰 행복을 놓쳐선 안된다. 적당한 유머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 웃어넘기는 아량은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