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으로서 직업, 수입원으로서 직업
무슨 길이든 맞다
시간이 흐르고 어느덧 20대 후반에 접어들었다. 친구들은 직장, 취업 준비 혹은 대학교, 대학원 등 다양한 곳에 있다. 개개인의 차이는 있지만 결국은 직업을 얻는 여정에 오른다. 친구들을 만나곤 하면 ‘하고 싶은 일을 모르겠다’,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혹은 ‘좋아하는 일을 해서 부럽다’ 등 이야기를 듣는다.
나는 주변에 하기 싫은 일을 하는 사람들 또는 직업에 꿈을 대입하지 않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이분들이 직업에 대한 태도는 크게 2가지로 갈린다.
첫 번째는 억지로 일을 한다. 직업에 대한 흥미가 적다. 이런 경우는 더 잘하기 위한 노력을 하기 힘들다. 전역 후 작년 초까지 한 대기업 빌딩에서 문서수발 일을 했다. 일 자체의 강도는 낮았지만, 그때만큼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적이 없었다. 함께 일하던 사람들이 나쁜 건 아니었다. 다만, ‘여기서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매일 들었다. 아침에 눈 뜨면 출근하기 싫었다. 모든 일을 숙제처럼 했다. 능률이 오르기 만무했다. 이때의 일을 계기로 나는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 다짐했다.
두 번째는 일을 일로 생각하는 분들이다. 직업의 기본적인 기능은 수입을 만든다는 점이다. 이분들은 철저하게 직업을 이 관점으로 봤다. 그러니까 직업을 뺀 나머지에 집중할 수 있다. 삶의 다른 부분들을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으로 채워가고 있다. 한 부부가 있다. 평소 운동을 하거나 여행을 즐기며, 주변 사람들을 집에 초대해 파티를 연다. 보기만 해도 재밌게 산다. 같이 있으면 나도 재밌다.
한편, 즐거운 일과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일을 즐긴다.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직업을 공부한다. 출퇴근의 여부, 회사 안팎에서 직업과 꿈이 삶 저변에 깔려있다. 자기 시간을 직업에 써도 아까워하지 않는다.
10대 때 나는 역사 선생님 혹은 사학가가 되고 싶었다. 그때 형에게 진지하게 저런 직업을 가지고 싶다고 말했다. 형은 ‘굶어 죽는다’라고 말했다. 나는 꿈을 접었다. 당시 나는 9살 많은 형의 ‘사회생활 경험을 믿자’라고 생각했다. 돌아보면 내 꿈은 그냥 그 정도였다.
그 뒤 스스로 축구가 너무 좋고, 글쓰기도 좋아서 축구 기자가 되고자 했다. 네이버 포스트도 운영해보고, 대외활동도 했다. 정말 좋아하는 곳 면접도 봤다. 그리고 내 꿈은 거기까지였다. 물론 합격했으면 어떻게 현재가 바뀌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주말에 일하는 게 힘들었다. 좋아하는 취미를 잃는 게 두려웠다. 무엇보다 ‘내가 더 발전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해답이 나오지 않았다.
돌고 돌아 게임회사에서 일한다.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게임을 만들던 곳이다. 지금 내 일과 전공도 다르고 내가 모르는 것도 많다. 그런데 나는 회사를 일찍 간다. 업무 주제로 공부한다. 출근길에는 저명한 분들이 쓴 블로그를 읽는다. 도서관에서 관련 서적을 찾는다. 내가 아는 지식을 브런치에, 업무 컴퓨터에, 다이어리에 정리한다. 컴퓨터 학원 등록한다. 학원 일정에 맞춰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고 헬스 일정을 아침으로 옮긴다. 영어 공부를 한다. 해외에서 이 일을 하면 어떨까 고민한다. 어느 기업이 대우가 좋은지, 하는 업무는 다 어떤지 찾아본다. 몇 달 뒤 자격증 교육, 시험 일정을 찾는다. 휴가 계획을 거기에 맞춘다.
이 과정에서 나는 내가 이 일을 ‘진지하게 대하는구나’라고 느낀다. 내 직업에 대한 정의도 나름 내렸다. 직업에 꿈이 생겼고, 삶이 바뀌었다.
나는 누군가 직업을 어떻게 생각하든 모두 옳다고 느낀다. 돈을 버는 것으로 여겨도 맞다. 그럼 다른 부분에서 꿈을 이뤄보자. 꿈을 이루는 도구로도 좋다. 그럼 자기 자신을 발전시키자. 직업을 어떻게 여기든 삶의 질을 높여보자. 행복으로 삶을 채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