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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난달 Feb 22. 2020

사과하는 사람이 대단하다

나이 먹을수록 찾기 힘든 사람들

최근 친한 선배에게 사과를 받았다. 발단은 한 달 전쯤 있었던 학교 모임이었다. 열댓 명 정도 되는 학교 선후배 동기가 구성원이다. 짧게는 7년 길게는 15년 정도 봤으니 이젠 형제 같은 관계가 됐다.

너무 편한 게 문제였을까. 사람이 모이면 분쟁이 있기 마련이다. 그 선배는 내가 글 쓰는 것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사실 다른 이유라고 그분은 생각했지만, 나는 다른 무엇보다 내가 하는 것을 뭐라 하는 게 맘에 안 들었다. 나는 나름의 신념이 있기 때문이다.

그 일이 있고 보름쯤 지났다. 밤에 전화가 왔다. 그 선배였다. 본인이 실수했다고 했다. 주변에서 알려줬다고, 기분이 나빴다면 사과한다고. 사실 나도 선배도 술을 먹은 상태라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런데도 사과를 받으면서 고마우면서도 대단하다고 느꼈다.

나는 사과를 잘하는 사람이었는가. 돌아보면 그러지 않는 것 같다. 특히 나이를 먹을수록 어려웠다. 괜한 자존심이나 고집 때문이다. '먼저 사과하면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다'라고 생각했나 보다. 사길 잘못을 인정하는 자체가 대단한 건데.

어제는 그 일이 있고 처음으로 면대면으로 봤다. 처음부터 만난 건 아니고 그 선배가 내가 있는 자리에 왔다. 오자마자 처음 꺼낸 이야기가 사과였다. 기분이 묘했다.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는 모습이 부러웠고, 이 관계에 대해 생각하는 게 느껴졌다. 본래 그런 이미지가 아니었음에도.

사람들은 다툼이 있을 때 먼저 사과하는 게 좋다고들 말한다. 그렇지만 막상 하려면 어렵다. 용기가 필요하다. 별거 아닌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이런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것들이 인간관계를 개선시키고, 그 사람을 볼 때 좋은 인상을 남긴다. 오늘도 하나를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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