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는 불행했을까
하늘과 별, 밀밭과 해바라기
끝없이 펼쳐진 누렇게 익은 밀밭, 세워진 밀단과 나무 우듬지에 닿을 만큼 쌓여진 낟가리에서 밀 내음이 뿜어져 나왔다.
‘오후의 휴식’이라는 그림이 좋았다. 낟가리의 그림자가 드리운 곳에서 남편은 모자로 얼굴을 덮고 아내는 남편 쪽으로 모로 누워 쉬는 모습이 부러울 것이 없어보였다. 말들도 한가롭고 파란하늘이 평화로웠다.
어렸을 때 부모님도 밭일을 하고 점심을 먹고 잠깐씩 쉴 때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 또한 현실의 팍팍함이 잠깐의 휴식이 필요한 듯 우리부부의 모습이 그림에 투영되어 다가왔다.
고흐가 보낸 편지를 읽고 고흐의 삶은 힘들고 외로운 삶이라 생각했다. 그의 지독한 가난과, 부모로부터의 외면은, 차마 이겨낼 수 없는 고독이었을것이다. 고흐의 외로움과 경제난은 이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늘 따라다니는 것이 아닐까. 그것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도 늘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막연히 고흐는 슬픈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했을수도. 가만 나를 돌아본다.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강한 붓 터치에서는 힘이 느껴지고 함께 그려진 사람들은 다정하다. 고흐도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꿈꾸고 좋아했던 듯하다.
‘나는 그림을 그리려고 살아있다’고 말한 고흐는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만큼은 행복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밀이 익는 계절이다. 황금빛 밀밭과 보리밭이 출렁이는 것을 보면 아련하고 나른한 느낌으로 더운 바람이 확 끼쳐온다. 학교 갔다 오는 길에 밀 이삭을 비벼서 배고픔을 달래기도 했다. 고향에선 밀농사보다는 보리농사를 많이 했다. 오륙 학년 때부터는 학교에서 보리 베기를 다녔다. 내리쬐는 햇빛아래 누렇게 익은 보리는 베어도베어도 끝이 없었다. 빛에 약한 내가 머리가 아파 쓰러질 것 같을 때 끝이 났다. 유월이면 자연스레 맡아지는 밀 내음과 보리냄새.
고흐의 밀밭 뒤로 기차가 지나가고 노을이 지고 까마귀가 날고 비가 쏟아지는 풍경들은 일상처럼 자연스럽기만 하다. 하늘과 별, 꽃을 좋아하며 자연을 벗 삼아 살았던 고흐는 아직 살아 있다. 그림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