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by 민진


공단에서 봄부터 건강검진을 하는 해이니 미리미리 검진을 받으라고 우편과, 문자, 전화도 온다. 통화를 할 때면 빨리 하겠다고 약속을 철석같이 하곤 했다. 미루던 암 검진을 한해의 두 달을 남겨놓고 겨우 하러 간다.

전날 남편에게 내일 아침 일찍 병원에 검진을 받으러 갈 터이니 밥 좀 알아서 먹고 나가라고 한다. “같이 가야지” “나 혼자 충분히 할 수 있으니 당신 좋아하는 잠이나 더 자요” 그래도 되겠느냐며 별말이 없다.

두 달쯤 되었을까. 남편 친구가 아내의 건강검진을 따라갔다 왔다기에 “아이고 누구는 한 번도 안 따라와 주던데, 부럽다며” 핀잔을 주었었다. 그게 걸려서 미안한 감정이 솟았나.


검진을 같이 가준다고 더 사랑하는 것인가. 동행하지 않는다고 사랑이 부족하다고 해야 하나. 눈에 보이게 뭘 꼭 해야만 성에 차는 우리는, 깊은 곳을 보는 눈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밋밋하기도 하고 굴곡이 있을 수도 있으면 안 될까. 진짜 중요한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데.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혼자 하고 싶다. 사람마다 생각의 차이가 있고 삶의 방식이 다르니 딱히 정해진 것은 없다. 뭔가를 스스로 할 수 있을 때까지는 각자 하는 것이 맞지 싶다. 아이들이고 어른이고 일을 해보면서 성취감을 느끼고, 그것은 자신감으로 이어지고, 자신감은 자존감으로 자리 잡아 삶의 자세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 같으니.


늦게 자는 바람에 일찍 일어나지 못했다. 눈 뜨자마자 나가면서 “여보 수면 위내시경과 초음파 검사 좀 하게 카드 좀 줘요”(카드가 하나밖에 없음) 남편은 귀찮다고 꺼내 가라고 한다. 언제는 병원도 따라가 준다면서 카드 주기도 어려운가 보네.


병원에 도착하니 아직 검진 시작 전이다. 번호표를 뽑으니 사십삼 번이다. 어떤 아주머니 한분이 간호사와 실랑이를 하고 있다. 늦게 와서 자기보다 앞선 번호표를 가지고 있다며 따진다. 간호사는 화장실 다녀왔겠죠. 해 보지만 막무가내다. 한 직장에서 우르르 검진을 왔으니 먼저 온 동료가 표를 뽑아준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뒤편에서 차분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표를 주는 것을 여럿 보게 된다. 서둘러 간다고 갔으나 진단을 마치니 점심시간이다. 나도 피해자인가. 빈혈 때문인지 수면내시경을 하고 어지러워 다른 때 보다 오랜 후에 일어났다.


어수선한 가운데 이것저것 하라는 대로 하는데 뭔가 찜찜하다. 내 건강을, 수치를 담보로 살아가기 위해, 이년마다 한 번씩 병원을 찾아 확인을 하는가 싶어서. 그중에서 유방암 검사는 더 싫다. 사각 판에 가슴을 올려놓고 얇은 종잇장처럼 만들어 그 안의 암세포를 검문검색하는 것 같다. 올해는 초음파로 해볼까 하고 간호사에게 비용을 물어보니 십이 만원이라고 한다. 자궁 초음파와 수면내시경 값도 만만찮아서 다음으로 미룬다.


골밀도가 떨어졌다고 햇빛을 많이 보고, 열심히 걸으라 한다. 참 안 되는 일 중의 하나이다. 몇 번 하라면 잘하는데 꾸준히 하라면 마법이 걸린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기를 주문받는다. 먹던 혈압 약에 철분제에다가 칼슘까지 처방받는다. 건강에 황색 신호등이 켜졌다.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푸른색으로나 붉은색으로 바뀌게 되겠지.


내 몸의 온도를 1° 올리면 웬만한 병균들은 침범을 못한다고 한다.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하여 건강한 생활을 하는 것이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사랑의 온도 1° 높여 주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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