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이 덮쳐오는 것처럼 코로나 19 확진자는 이 작은 도시에도 날마다 두 자릿수를 넘어선다. 마음이 쪼그라진다. 보고 싶은 얼굴을 보자고 못한 지가 오래된 느낌이다. 책만 붙들 수도 없고 한나절 내내 키우는 식물들 잎 따기와 가지치기로 모양을 만들며 시간을 보낸다.
오후에는 바람이라도 쏘이려고 차가 다니지 않는 길을 걸어 마트에 있는 꽃집을 찾는다. 구석에서 멀뚱하게 커피 한잔을 마신다. 그리고는 천천히 초록이들을 살핀다. 메모판에 이번 주 식물 만냥금이라고 써져 있다. 복과 돈이 들어오는 식물이라는 설명이 곁들여져서. 자그마한 화분이 졸졸이 줄 맞추어 있다. 앙증맞은 열매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그런데 만냥금은 아니다. 사람들이 백냥금을 만냥금이라고 부른다. 더 큰 것을 원하는 마음이 숨어 있나. 백냥금, 천냥금, 산호수는 자금우과에 속하는 상록활엽 관목 삼총사다.
꽃을 파는 아가씨에게 저기 있는 것은 천냥금이라고 알려준다. 백량금 과는 이파리도 매단 것들도 차이를 보인다. 열매가 바다의 산호를 닮았다는데서 따온 산호수는 늘어지는 성질이 있고 잎이 크다. 꼿꼿하여 키가 작고 잎이 작은 것이 자금우(천냥금)이다. 식물들이 비슷하게 생긴 것이 많다면서 검색을 해 본다. 다르다고 내 말에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회사에서 알려 온대로 적었는데 물어보고 바로 잡겠다고. 몇 개의 관엽 식물들을 사면서 영화 레옹에 나오는 식물 이름을 알려준다. 거기에 있는 것 중에 아글레오네마가 있어서 답하는 마음이었다고 할까.
지난해 브런치 독자로 있는 분의 글이 올라왔다. 향나무를 소나무로 써놓은 것을 읽고 조심스럽게 소나무가 아니고 향나무라고 댓글을 달았다. 돌아온 대답은 향나무면 어떻고 소나무면 어떠냐고 했다. 더는 할 말을 찾지 못했다. 또래일 것 같아서 내 딴엔 용기를 낸 것인데. 다른 것은 몰라도 소나무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백냥금, 천냥금, 산호수들은 붉은 열매가 맺힌다. 그것도 한겨울에 볼 수 있게 때를 맞추어 영근다. 알알이 빨간 알갱이 때문에 복이 굴러들어 온다고 했을까. 돈이 만 냥이 들어온다고 믿고 싶은 생각이 명랑하다. 열매를 매단 나무를 보기만 해도 마음이 환해진다. 원예치료란 것이 따로 있나. 식물을 보면서 감탄하고 가꾸면서 느끼는 몽실몽실한 것들이지. 몽글몽글 꽃 맺어 피어나기 시작하는 것을 볼 때의 기쁨은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다. 공기정화도 한몫을 한다. 마당에서 겨울나기가 안 되는 녀석들을 거실로 들여놓으니 청아한 느낌이다. 공기를 맑게 한다고 즈이들이 밝히는 셈인가. 복을 주는 것이 맞다.
사 가지고 온 몬스테라와 스노우사파이어를 책상에 올려두고 글을 쓴다. 영화 레옹에 나온 식물 이야기를 긴 시간을 들여서 읽어보았다. 내가 키우고 있는 것만 해도 엔젤과, 오로라, 갓 사 온 것까지 세 종류인데 아무리 살펴도 레옹이 들고 다니는 것과 같지를 않다. 찾고 찾는다. 사람들이 말하는 스노우사파이어나, 스프라우스라고 그냥 믿고 싶어 진다. 하지만 무늬가 다른데 묻어가듯 넘길 수가 없다. 한참을 헤맨 뒤에 드디어 찾았다. ‘아글레오네마 로망스’ 키워보고 싶다. 영화도 다시 한번 볼까.
복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 지나간 해가 우리에게 가르쳤던 것은 평안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며 귀하냐는 것이었다. 앞을 내다볼 수 있고 계획되어진 대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 주는 안정감. 만나고 싶으면 언제나 볼 수 있으며 어디든 갈 수 있었던 것에 익숙함은 당연한 것이었다. 자유로움이 날개를 접은 것 같은, 길이 막혔을 때 와지는 막막함이 맴돈다. 갑자기 조급해지고 갑갑하고 어쩔 줄을 모르는 시간들과 마주한다. 지나간 모습들을 돌아보게 된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 예전에 가지고 있던 복이라는 개념들이 그대로여도 될는지. 서서히 데워지다가 갑자기 끓는 물처럼 뭔가가 또 몰려오지는 않을까 조바심이 난다. 새로이 받아 든 숙제가 쉬워 보이지만은 않는다.
그럴지라도 희망은 늘 우리를 붙든다. 이전 세대들이 그랬듯이 또 헤쳐 나갈 것이다. 선으로 악을 이기라고 한 것처럼 지혜를 모아서 한발 한발 나아갈 것이라고 믿는다. 아니 믿고 싶다.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라고 한 말씀 앞에 겸허해져야겠다. 우리 모두에게 올 한 해 백량금, 천냥금, 산호수처럼 고운 열매들이 조롱조롱 맺히는 복이 가득한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