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시계

by 민진

식물 이야기 개인 방송이 알림으로 뜬다. 여름에는 잘 가꾼 마당 정원이 겨울엔 베란다와 거실 정원이 싱그럽다. 제라늄들도 왜들 저렇게 예쁘게 피는지 새색시 얼굴을 보는 듯하다. 설거지를 할 때 보려고 아껴 둔다. 식물 이야기는 언제나 끌려 유튜브를 보면서 그릇을 씻으면 시간이 후다닥.

어떤 분은 하루에 서너 번의 영상을 올리더니 관절도 안 좋고 눈이 나빠졌단다. 이해해 달라며 일주일에 한 번씩만 영상을 올릴 것이라고. 겨울이어서 그 무거운 화분을 해가 나면 해바라기를 시키느라 움직거리고, 앙증맞은 꽃망울들을 담아 내보내느라 힘이 부치는가.

새로운 식물이 소개되면, 내 마음속에선 사라고 부추기는 종이 울린다. 어떤 것을 키워 기분 좋게 주고받을 수 있을까. 남편이 훔쳐갈 수 있는 화분을 좀 만들어 놓으라고 한 뒤로는 더하다. 거기에 얽매이다 보니 더 못주겠다. 앞뒤 가리지 않고 편안하게 나눌 수 있어야 마음에 부담이 없는데 자꾸만 나 스스로 화초를 저울에 달게 된다.

분화를 만들려면 분이 있어야 하고 벌레가 없는 흙을 사용해야 한다. 초파리야 온도만 맞으면 과일 껍질에서도 생기니 어디나 있는 것이다. 한 번은 벌레가 생기지 않는다고 비싼 유박 비료를 쓴 적이 있다. 웬걸, 파리가 생기는 것이었다. 여름에 비료를 주고 나서 비가 내리거나 물을 주다 보니 파리가 알을 낳아서 그렇겠거니 하면서도 속이 쓰렸다.


그 뒤로는 유박을 저렴한 것을 사서 쓴다. 대신에 온도가 내려간 찬 계절에 주어 자기 소화를 시킨다. 그래도 뿌리파리들이 가끔 날아다니는 것을 보면 속상하다. 이 파리는 지역에 따라 생기는 것이어서 진주는 없는 것이었다.


의정부에서 텃밭농사를 하고 있는 제부는 대파를 먹으려면 농약을 몇 차례나 쳐야 한다고. 뿌리파리가 하얀 부분을 다 갉아먹어 자꾸 죽는다고 했다. 내가 텃밭농사를 할 때는 농약을 치지 않아도 잘만 컸다는 것은 이 지역에 뿌리파리가 살고 있지 않다는 뜻이기도. 유기농 비료든지 화학비료든지 공장에서 만들어내어 전 지역으로 퍼져나가고. 식물들도 어디서 재배했던지 전국 어디라도 가는 시대이다. 다른 나라에까지. 해충 서식지가 비슷해지는 것은 아닌지.


지구촌이라고 네덜란드 꽃 시장을 찍은 영상이 올라온다. 가시가 없고 꽃이 귀여운 큐티 파이라는 아주 작은 장미를 소개했다. 이 장미는 여러 식물 종에서 우수한 디엔에이를 가져다가 배양을 한 것으로 과학이 만들어낸 새로운 종이다. 암술과 수술이 모양만 기지고 있는 꽃. 피어 있는 시간이 다섯 달 정도란다. 꼭 사야겠다는 생각에 혹한다. 병충해에도 강하고 냉해도 입지 않고 꽃송이도 많게 맞춤으로 만들어 낸 꽃. 이 아이의 엄마는 없다. 여러 종류의 나무들에서 강하고 좋은 성질들만 모아서 배양기에서 배양을 했기에.

앞으로 더 여러 종류의 식물들이 나올 터인데 이제는 어떤 것이 엄마나무에게서 나왔는지를 모를 것 같다. 식물이 주문 제작이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좋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 언젠가 엄마를 모르는 사람이 태어날까 봐 겁이 나기도 하는 부분이다.

오늘도 당근 마켓에서 내가 사고 싶은 베고니아가 올라왔다고 뻐꾸기시계가 울린다. 집이 좁아서 망설이고 있다. 아니 저번에 산 신비스러운 베고니아들이 자리를 잡고 잘 클 때까지 기다리라고 뻐꾸기 소리를 잠재운다.

*위 사진은 플로라 충북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