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

by 민진


둥그런 모래판이다. 각 팀의 선수들이 모여 서 있다. 보기에 씨름 선수 같은 몸도 있지만 씨름을 하기 에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호리호리한 친구도 있다.


시합을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순서에 맞추어 선수 둘만이 모래판 가운데 무릎을 꿇고 앉는다. 심판이 샅바를 잘 잡았는지 확인하고 등을 치자 선수들이 샅바와 상대 선수를 의지하여 일어나면서 상대방의 힘을 가늠해 본다.

어떻게 이길 것인가 찰나의 결정을 했는지 행동에 바로 들어간다. 번쩍 들 듯 힘으로 밀어붙이기도 하고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려고도 한다. 공격을 하다가 오히려 그 공격을 이용해 들어오는 반격에 허무하게 무너지는 선수도 있었다. 보기에 몸이 씨름에 적합하다고 여겼던 친구가 호리호리한 친구에게 역습을 당하며 패하는 것도 보게 되었다.


모래판의 모래가 튀어 오르고, 등이 그대로 모래판으로 철퍼덕 떨어지고, 얼굴이 모래 범벅이 되기도 한다. 그 정도는 각오가 되어 있는지 선수들은 의연했다. 씨름은 의지와 지혜가 뭉쳐져 힘과 함께 몸 밖으로 솟구쳐 오르는 무엇인가.


여학생 중에 가녀리게 생긴 친구가 출전한 것을 보면서 저 친구 어디에 저런 강단이 들어있는 거지! 하면서 의아해했는데 선배와 겨루어서 당차게 이대일로 이기는 것을 보게 되었다. 전자 출결 때문에 보게 된 씨름대회인데 같은 과의 친구들이 겨루는 것을 보면서 즐거움이 컸다. 준결승전이 끝나고 결승전을 한다기에 다른 학생들은 가고 없는데 마저 보기로 했다. 우리 과 남학생 중 다부진 몸으로 상대를 들듯이 들배지기로 넘어뜨리며 힘을 과시해서 힘차게 박수를 보냈다. 그 친구가 새롭게 보였다. 원예과 학생들이 우승하는 것을 보자 내가 씨름을 해서 이긴 듯 몸과 마음이 으쓱해졌다.


또다시 한 해의 시작이다. 앞으로 나를 기다리는 여러 가지 일들을 한판 씨름이라도 하듯 뚝심으로 해결해 나갈 수는 없을까. 어려운 일이 찾아와도 숨을 고르고 심호흡을 하며 집중하는 배짱도 갖고 싶다. 씨름을 보면서 너는 한 번이라도 씨름하듯 최선을 다했느냐고 물었다. 부끄럽지만 그렇다고 대답할 자신이 나에겐 없다.
늘상 씨름판 선수처럼 사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상대의 샅바를 놓지 않고 집중해 보고 싶다. 꿈을 향해 몇 걸음이라도 디뎌보자고 나에게 다짐해본다. 온 힘을 다하고, 최선을 다했다면 내가 원하는 목표나 결과에 미치지 못했을지라도 후회는 없을 것이다. 다시 또 힘을 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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