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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진 Jun 18. 2022

동화처럼 알을 심었다

  동화처럼 알을 심었다. 한 달 반 만에 싹이 삐죽이 얼굴을 내밀었다. 음식을 만들어 먹고 나온 아보카도 씨를 심었고 지금은 열대나무의 위상을 어김없이 드러내고 있다.


 아이들 어렸을 때 존 버닝햄의 ‘아기 힘이 세졌어요’라는 그림책에 아보카도가 나왔다. 아주 생소한. 무엇을 주어도 먹기 싫어하는 아기가 아보카도로 만들어 준 음식을 먹고 힘이 세어져 약한 가족들을 지켜준다는 이야기이다. 그만큼 아보카도가 몸에 좋다는 의미 전달이 되었다. 초록색으로 슈렉 느낌이 드는 과일이다. 단맛도 아니고 신맛도 아닌 고소함으로만 채운. 당시 주먹 반만 한 아보카도 열매 한 개 값이 팔천 원 정도였다. 비싸기도 하고 새로운 음식을 가까이하기 꺼려하는 촌스러운 입맛 때문에 그냥 지났다.


 작년 여름 딸내미 생일에 과일 꾸러미를 보내면서 아보카도를 끼워 넣었다. 딸은 비빔밥에 아보카도가 얹혀 나왔다며, 숙성시킨 뒤에 초고추장에 찍어 먹었다고. 보내고 남은 것으로 나페를 만들어 먹었다. 의외로 아보카도가 빠지면 싱거웠다. 음식도 궁합이 있다는 말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친환경원예상품 디자인’이라는 과목을 들었다. 각자 친환경원예상품을 개발하고 피피티를 만들어 발표하라고. 나는 가장 원초적인 친환경원예상품이 분식물이라고 생각한 것을 깨지 못했다. 공기정화와 관상 가치나 모든 면에서 완벽하다고. 반려식물이나 원예치료에 확실하게 자리매김을 한 것이지 않는가. 자료로는 커피박과 기타 재료를 혼합한 컵을 만들어 플라스틱 컵을 대신하거나, 스칸디나 무스 이끼를 이용한 상품, 디퓨저 등 다양한 것들이 제시되었다.


 나는 어린이 마을도서관에 한 달에 한 번씩 화분 대여를 통하여 식물교실을 운영해 보려고 한다는 취지 아래 ‘유형의 원예상품에서 교육이라는 무형의 상품이 다시 유형으로 변화되어 가는 과정’을 피피티로 만들기로 했다. 버려지는 씨앗을 이용하여 환경도 지키고 호기심과 자연친화적인 사람으로 자라나며 탄소중립도 지켜갈 수 있다는 것으로 연결시키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기에.

 

 시간대별로 자라나는 모양새가 다른 아보카도의 성장과정을 한 목에 볼 수 있게 자료를 준비하여 보여준다. 집에서 가족과 같이 식물을 키워보게 하는 것이다. 그런 과정을 지나 자라는 과정이나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는 것도 묘미가 될 것 같았다. 다른 씨앗으로는 레몬, 매실 자몽 등 다양하다. 레몬씨도 싹을 틔워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기도 했으니. 다음으로 도전할 것은 자몽이다.


 기말고사는 오픈북이었다. 마지막 문제로 발표한 피피티 자료를 가지고 SWOT 분석을 하라는 것이었다. 강점, 약점, 기회, 위협을 분석하고 전략 방법을 세우라는. 과제로 발표한 것의 제목도 잘 생각나지 않는데.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고 생각하고 시험답안을 제출했다. 뭔가 켕긴다. 맞게 했는지 살펴보니 분석과 전략이 따로 놀고 있다. 천천히 잘 살펴보고 했으면 되었는데 뭐가 그리 급하다고 얼렁뚱땅 했는지. 약점이자 위협요소다.


 시험문제가 그냥 지나칠 한 나를 곰곰 생각하게 한다. 늦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처럼 이제라도 따져볼 것은 따져보고 강점을 살리고 약점을 보완하고 기회를 살리고 위협을 극복해가는 멋진 인생을 펼쳐보면 어떨지. 꼼꼼하게 인생의 SWOT 분석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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