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진 Jul 02. 2022

기하학적인 나무

 한 번씩 그 아주머니를 만난다. 작은 수레에  분에 심은 꽃들을 파는. 시장에 갈 때 꽃수레가 보이면 찾아간다. 얼굴을 익혀 서로 반가워한다. 모르는 사람이라도 몇 번을 마주하고 웃다 보면 정다워진다. 단골이란 것이 이런 것인지. 꽃 이름을 대며 아는 척도 해보고 피지 않은 꽃 사진을 구경하기도 한다.

 

 잎 모양이 기하학적인 나무가 있다. 이파리가 이렇게 생긴 나무도 있다는 것이 여간 신기하다. 아주머니는 약나무라 하는데 모르는 것이다. 잎 생김이 특이한 나무를 모으는 중이어서 값을 치른다. 뼈에 좋다는 골담초도 같이.

 

 어렸을 때 담 밑에 웅크리고 있던 나무. 봄이 오면 노랗게 나비 떼를 매단 듯 꽃을 피워냈다. 꽃을 따먹고 소꿉놀이 재료로 훌륭하던 추억의 꽃이다. 지금은 시골에 가도 꽃 보기가 어려운데 용케 만났다. 어떤 것이든 의미를 입히면 새로워진다. 자금자금 한 이파리들이 조르르 달려 모양새는 별로이다. 그렇더라도 추억의 나무는 무조건 사야 한다. 한 살 한 살 나이가 먹어갈수록 어릴 때 무심코 하던 것들이 왜 생각이 날까.  


 오월에 애니시다라는 양 골담초를 들였다. 몸값이 제법이었다. 조롱조롱 핀 노란 꽃에서는 레몬 향기가 나고. 꽃 진 나무를 사정없이 다스려 단정하다. 다시 꽃을 보려면 오는 봄까지 기다려야 한다. 식물을 키운다는 것은 기다림을 배우는 일이다. 동·서양 골담초 꽃이 경주하게 생겼다. 누가 예쁜 꽃을 피어주려나.


 약 나무라 하는 것을 한참 찾았다. 백합나무라 한다. 꽃이 튤립처럼 핀다고 튤립나무라고도 한다는데. 자람 세가 빠르다는데 놀랜다. 작은 분에 심어 분재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야무진 생각을 했는데. 백합나무 분재가 있는지 찾아보니 없다. 없으면 내가 만들면 되지 하면서도 괜히 샀나? 뜨악해지는 마음. 잎이 신기해서 볼만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아주머니의 말 그대로 약나무이기를 바랐는지도.

 

 ‘시민 정원사 양성’ 강의에서 백합나무가 나왔다. 반가웠다. 사 오지 않았다면 몰랐을 나무를 알고 있다는 것이 뿌듯하고 나만 알고 있는 것 같아 으쓱했다. 옆에 앉은 친구에게 꽃을 찾아 보여주면서 우리 집에 이 나무 있다고 자랑을 한다. 내가 관심이 있는 것은 다른 이도 좋아할 것이라는 착각이다. 수업이 빨리 지나가 버린 것 같아 아쉽다.

  

 엊그제 당근에서 황칠나무를 샀다. 잎 모양이 삼지창을 닮은 것 같고 오리발 같기도 하다. 초본식물을 지나 목본식물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하는 단계인가. 관심이 자꾸만 바뀐다. 집에 있는 나무 종류를 세어보니 꽤나 여러 가지다. 작은 것들이라 표도 나지 않지만. 갑자기 나무 수집가가 된 듯하다. 앞으로 가져보고 싶은 나무는 히어리와 생강나무 구상나무이다. 주로 노란 꽃을 피우는 것들이다.


 초본으로 된 꽃들과는 더 깊은 사랑을 하고, 나무와는 새로운 사랑을 꿈꾸는 중인지도 모른다. 시야를 넓히는 지점인가. 나무들이 얼마나 많은데 몇 그루의 나무를 들였다고 이렇게 얘기하기가 머쓱하지만 내 마음이 그런 것을. 한참 나무를 향한 열정이 나를 데울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낡은 시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