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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진 Jul 09. 2022

작은 이야기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감독의 『작은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라는 책을 보았습니다. 작은 이야기라는데 큰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일본에도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네 하면서 공감했습니다. 서울에 왔을 때 송강호 씨를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났는데 너무 세련되어 놀랐다는 말에 웃음 지었습니다. 그 이야기에 공감이 안 되어서 말입니다. 털털한 옆집 아저씨 같은 역을 잘 해내어서 미처 그 말이 안 와닿았던 것입니다.


 그 감독님이 한국 스텝, 배우들과 ‘브로커’라는 영화를 만들었다니 반가웠습니다. 송강호 씨가 주인공으로 나오고요. 언제 사이가 그렇게 발전되었을까요. 작년에 나온 책을 읽은 것이니 놀랠만한 일도 아닙니다만.


 영화가 어쩐다는 이야기는 안 하려 합니다. 각자 가슴속에서 느껴지는 것은 다 다르니까요. 나에겐 한 장면만이 모든 것을 대신하였습니다. 소영이 누워서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부르면서 태어나줘서 고마워! 하고 외는 장면입니다. 감독은 이 이야기가 하고 싶어, 이 말을 들려주려 영화를 만든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원자폭탄의 피해는 이야기하면서 가해자로서는 입 닫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꼬집는 것처럼 우리 모두에게 태어나 주어서 고맙다고 들려주는 것은 아닐까요.


 가족영화를 만든다고 하였습니다. 음습한 기운을 날려 버리기를 바라고 영화를 만드는 것은 아닐지요. 면역력을 키우라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용기를 내어 오늘을 살아가라고 하는 것은 아닐까요. 삶에 거부감이나 작아짐을 끌어올려 흩어 버리라는 응원일 수도요.


 어릴 때 먼지와 티끌을 바람에 의지하여 날려 보내는 것을 보았습니다. 키질을 하고 풍로를 이용하여 알곡과 쭉정이를 가름하던 때 말이지요. 뒤섞인 곡식들을 한 움큼 공중을 향하여 쏟아 올리면 중력에 의해 떨어지는 알곡들은 키 안으로 모여듭니다. 다른 것은 그 가벼움에 바람결에 흩어져 갔죠. 자갈돌은 무게 때문에 알곡과 같이 떨어졌습니다. 그것만 골라내어 버리면 되었습니다. 나 또한 자잘한 티끌을 바람결에 날려버리고 차분해져야겠습니다.

 

 태어난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축복이라고 소곤거리듯 영화는  불어오는 미풍과 같았습니다. 팍팍한 삶의 여정에 꼬마전구 한 알 등대처럼 치켜들어 준 것 같습니다. 작은 불빛은 깜깜한 데서 더 밝게 빛이 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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