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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진 Dec 27. 2022

사진

  눈사람


 눈이 내리면 단골손님처럼 딸에게서 눈사람 사진이 온다. 지나다니는 길에 누군가 만들어 놓은 을 찍어 보낸 것이다.

 해도 어김없이 서울에 눈이 쌓였다고 한 다음날 사진이 왔다. 정다운 눈사람들. 해마다 같은 손길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까. 눈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린 것은 아닌지. 풍경들이 조금씩 달라진다. 사람들을 동화나라로 초대하기 위하여 눈사람을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눈사람을 보는 마음은 풍선이 된다. 현실에서 조금 멀어질 수 있는 시간이다. 사진만으로도 좋은데 눈앞에서 바라보면 마음이 어떨지. 눈이 내리지 않는 남쪽에 살기에 그런 것들이 궁금해진다. 바람결에 눈발이 흩날리기라도 할라치면 눈 온다고 서로에게 소리치듯이 알려준다. 그게 끝이다. 좋아지다 마는.

 몇 년에 한 번 눈이 쌓이면 아이들과 강에 나가 눈사람을 만들 때가 있었는데. 지금 그 아이들은 다 커버렸다. 나만 남아서 눈을 그리워한다. 작년에 보내온 눈사람 사진을 찾을 수 있으려나.

 올해는 작고 귀여운 눈사람이다. 누워 있는 것도 있다. 지나가던 사람이 넘어뜨렸는지, 처음부터 편하게 뉘어놓은 것인지 알 수 없다. 눈이 조금 쌓여서 그랬나. 앙증맞은 모양의 눈사람을 보면 마음이 귀여워진다.    

  

고양이는 어제 어디서 잤을까


 발자국이 콕콕 찍혀있다. 제목은 ‘고양이는 어제 어디서 잤을까’이다. 갑자기 추워지고 눈이 내린 길 위에 박혀있는 고양이 발자국을 보고 걱정이 되었는지 보내온 사진이다. 딸은 어렸을 때부터 작은 생명들에 마음을 기울였다. 풀꽃과 고양이, 햄스터. 키울만한 여건이 되지 않아 소원을 풀지 못했다.

 미대를 다녔기에 숙제는 넘쳐났고 생활을 위하여 알바를 해야 하는 고된 생활을 했다. 친구가 방학 때에 딸에게 고양이 한 마리를 맡기고 바깥나들이를 갔다. 새벽에서야 잠이 드는 딸에게 아침이면 놀아달라고 보채는 고양이 때문에 애를 먹었는지 요새는 여건이 되는 것 같은데도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고양이 까치 인간


 딸이 붙인 사진 제목이다. 누가 먼저 지나갔을까. 고양이인가. 새인가. 사람인가. 점처럼 박혀있는 것들과 사람의 것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작은 것들도 당당히 발자국을 찍었다. 같이 다니는 길임이 드러난다. 새는 날개가 있어 날아다니는 줄만 알았더니 나 여기 지나갔노라고 무늬를 새겨놓았다. 눈 때문에 보이는 것들. 같이 살아가는 생명체의 세상임을 알 수가 있다. 최상위의 포식자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겨울은 뭔가를 가르쳐주려 하는 것은 아닌지.    

  

으스스


 불빛 아래 눈이 쌓이고, 키가 껑충한 나무들 아랫도리만 찍혀있는 사진이 제목 없이 날아왔다. ‘으스스’라는 제목을 보냈다. “잉, 분위기 있잖아요” “아니야 헨젤과 그레텔 생각났어. 빵조각 새들이 다 주어 먹어버려 아연할 것 같은” “헨젤과 그레텔은 무서운 이야기잖아요” “아님 사자 마녀 옷장 할까” “맞네, 사자 마녀 옷장해요” 카카오 톡으로 하는 마주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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