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이란 말 없이도 계절이 도는 것은
알뿌리들이 흙을 뚫고 얼굴을 내밀 때이다
보리수 꽃눈이 살금살금 부풀어 오르고
영춘화 노랗게 피어나기 직전이다
분홍 싸리도 새 부리 같은 꽃을 물어내고
식물 카페에서 일정 액수의 차를 마시며 받아온 히아신스도 몽글몽글하다
수국이 겨울바람을 그대로 맞았다
버텨낼 수 있을까 걱정도 했지만 손을 잃어버렸던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마음이 따라주지 않을 때 우린 아무것도 아닌 게 되는 것
겨울은 인정 있게 추웠다
봄맞이 꽃씨를 심는다. 행사처럼.
비올라와 한련화
한 공간에서 다독이면 제 몸 제 색을 입겠지
냉기를 빼내고 마음을 데우려는 나만의 의식 같다
피지도 않은 꽃들이 잃어버렸던 나를 데려오고
돌아오는 계절에 무엇으로 내어주어야 하나
다이어리에 새로운 일들을 적어 넣고
정의로움이 공의가 강물같이 흐르는 세월을 맞이하고 싶다
묘연한 일들도 우리의 소망을 꺾지는 못하리
봄이 오는 길목에 선다는 것은 나를 다시 세우는 것
꽃샘추위의 시샘에도 기죽지 않고
천연덕스럽게
봄 속으로, 봄 사람으로, 봄 발자국을 찍으면
눈 맞춤이 꽃맞춤으로 바뀌는 시공간으로 문득 들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