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비 같은
포근한 비가
나무 뼈 속으로 흘러듭니다
깊은 속의 속까지 스미면
잠자는 잎을 깨우고
꽃들에게 빛깔을 만들 수 있는
생명을 얻게 할지도요
날개가 별건가요
나무에게는 꽃이 날개고 잎이 노래인 것이지요
작은 화분에 있으라면
거기에 맞게 뿌리를 내리고
땅에 넣으면
끝도 없이 뻗어가는 마법을 가지고 있지요
아무리 작디작아 하찮게 여길지라도
언젠가 끝도 없이 뻗어갈 생명의 찬란함을 몸속 깊이 묻어두고
오늘 비를 맞는 나무는
태초부터 부여받은 법칙으로 나고 살고 자라는
디엔에이가 비밀의 방에 암호화되어 있어요
겨울도 가장 깊어야 할 이월 첫날인데
이렇게 따뜻한 비가 내려요
꽃이, 나무가 충분히 겨울잠을 내리 자야 할 시간에
일어나라고 재촉당하는 것만 같아
겁이 납니다
순리를 거슬러야만 할 것 같은
반지의 제왕에서 적들과의 싸움에 나무들마저 가세하였던 것처럼
우리의 형편이 막다른 곳에 이르렀나 싶어서요
열두 개 중 한 개를 심심풀이로 먹어버린 것만 같아
헛헛해지는 마음
봄비 같은 비가 내려요
마음이 한없이 쳐져 비를 몰고 온 것만 같아
안으로만 움츠러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