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정원

by 민진

길 양쪽에 쌓여있는 쓰레기 더미 사이를 아이들을 태우고 다녔었다. 쓰레기 산이 자동차 높이를 뛰어넘고 쏟아져 내릴 것만 같았다. 서둘러 지나야 될 것 같은 낯선 풍경. 폐비닐들이 바람에 펄럭였다. 여름에는 닫힌 창문 사이로 스멀스멀 냄새도 스몄다. 지나고 싶지 않았지만 월아 산에 오르려면 가야 했던 곳.


그곳에 정원 박람회가 열리다니 꿈만 같다. 공원이 된 지 십오 년의 시간이 흘렀다. 처음 공원에 가면 하수 처리장 냄새가 났었다. 이제는 풀냄새로 꽃으로 뒤덮여 향기로 채워졌다. 쓰레기 매립장이 공원이 된 긴 시간을 거슬러 꽃들로 가득하다.

메타쉐콰이어 나무가 적당한 그늘을 드리워주고 그 큰 나무 밑에 꽃구름처럼 연분홍과 흰색의 아나벨 수국이 하늘거린다. 거짓말 조금 보태어 얼굴만 한 꽃송이들이 바탕이 되고 야생화들이 주인공이다. 작은 풀꽃들이 주는 기쁨은 가만 시냇물소리가 마음에 흘러드는 것 같다.


안개처럼 뿌려지는 물이 이끼를 적신다. 그늘정원이다. 냄새가 난다고 아예 가까이하지 않았던 어성초 꽃이 드문드문 돌 짝밭 사이에서 하얀 눈웃음을 던진다. 고 작은 꽃이 주는 기쁨에 설렌다. 나는 물고기 비린내가 나는 어성초가 싫었다. 식물에서 어떻게 그런 냄새가 나는지 이해가 안 되었기에. 지금은 피부와 탈모. 아토피에 좋아서 여러모로 활용이 되고 있다니 식물이 가지고 있는 가치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아이 둘이 아토피로 고생했다. 그 당시 어성초를 구하여 목욕을 시켰으면 어땠을까. 목초액을 발라주었을 때 따끔하고 나무 타는 냄새가 난다고 질색했다. 어쩔 수 없이 병원만 의지하게 되었고 항생제가 들어간 연고와 약으로만 버텼다. 내 힘으로 뭔가를 해주지 못했을 때 와지는 무력감에 힘든 시간이었다. 자꾸 연고만 발라주는 나에게 항생제를 남용한다고 막내는 나를 나무랐다. 아들은 그 일이 있고부터 엄마를 불신하게 되었다. 그 정도로 안절부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중심이 흔들리기도 했었던.


그늘정원에 심기어진 파란 산 수국이 뿜어내는 신비감을 뭐라 말할 수 있을까. 하늘이 내려와 꽃 속으로 박힌 것 같다. 파란 수국나무에 마음을 다 내어줄 수밖에. 꽃이 져버린 철쭉 이파리가 얼마나 꽃 같은지. 나무는 꽃으로만 아니라 잎으로 나무둥치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드러낸다.


그늘에 살아가는 식물들만 모아놓은 정원에 그늘로 가득하다. 아마 큰 나무들 잎 사이사이로 스미는 햇살만으로도 너끈히 살아갈 수 있는 녀석들이다. 사랑에 목말라하지 않을 자신으로 올곧은. 그렇지 않으면 빛 보여 달라고 목을 빼느라 기린목이 되었을 것을. 그늘 식물들은 그 작은 빛으로 살아가기에 충분하다. 사랑을 많이 달라고 보채지 않는다. 아니 우리에게 조용하게 말한다. 사랑은 그냥 내게 있는 것으로 나누는 것이라고. 태생부터 그러한가. 그늘에서 살다 보니 길들여졌는지도 모른다. 한 여름 강렬한 햇살을 피해 그늘정원으로 들어서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거기 바람이 놓이고 바라보이는 호수에 분수물줄기가 시원하게 쏟아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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