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랑대

누구나 마음에 바지랑대 하나씩 품는다

by 민진

바지랑대는 산들바람이 불어오고 빨래가 다 말라가면 춤을 추듯 몸을 앞으로 밀었다가 뒤로 젖힌다. 젖은 이불이 널리면 어깨가 밑으로 쳐진다. 빨래가 없을 때는 심심하여 날아가는 잠자리를 불러 앉혀놓고 한참이나 새살을 한다. 막 날기 시작한 새끼 제비들이 줄줄이 앉아서 지지배배 노래를 하면 흐뭇하여 숨죽이고 가만가만 무슨 소리를 하는지 귀 기울인다.



어릴 때는 빨래를 냇가에서 했다. 손으로 짠다고 하지만 물먹은 옷은 무거웠다. 바지랑대를 낮춰 넌 다음에 높이 올렸다. 이불이 널리면 동생과 속으로 들어가 쫒기 놀이를 했다. 이불에 다리가 돋아나 걷는다. 빨래 떨어진다는 어머니의 말소리는 먼 메아리일 뿐이고 얼굴만 빠끔 내밀고 동생과 키득거렸는데.


아버지는 겨울만 되면 손전등을 가지고 초가집 처마에 손을 넣거나 덫을 노아서 참새를 잡았다. 삼태기에 막대기를 세워 그 안에 쌀알을 뿌려 놓으면 새들이 들어간다. 창호지를 뚫고 지켜보다가 모이를 먹으려는 순간 끈을 낚아챘다. 참새고기를 먹으면 시집가서 그릇 깬다고 당신 혼자서만 먹었다. 아버지는 겨울이 되면 금지한 들오리를 잡거나 꿩을 잡았다. 여름에는 바다나 강으로 물고기를 잡으러 다녔다. 그러면서 정작 해야 할 일들은 등한히 한 것 같다.


농사를 열심히 하여 갈무리하고 어머니와 맞추어가며 오순도순 잘 살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중심을 잡아야 하는 바지랑대 역할을 못한 것은 아닌지. 큰아버지와 십 년 터울로 태어나 너무 오냐오냐 키워 자신만 알았던 것은 아닐까. 바람에 너울거리는 가벼운 바지랑대만 하려고 했지 이불이 널리거나 꽁꽁 언 빨래들이 널리는 것을 싫어한 것인가. 자신의 어깨에 메어진 가족들의 삶의 무게를 감당하기가 벅찼는지도 모른다. 애가 타는 어머니의 말은 귓등으로 들었다. 지금도 어머니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싫어한다. 남동생이 하는 행동에서 아버지의 모습이 보이면 언짢아한다. 씨도둑은 못한다며.

인생이란 자신의 바지랑대의 무게를 짊어져야 한다. 젖은 빨래는 버겁지만 바람이 불어오고 햇빛이 비추이기 시작하면 어느 사이 마르고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나중 오는 기쁨이란 바지랑대를 잘 감당한 사람에게 주어진 상인지도 모른다. 누구나 마음에 바지랑대 하나씩 품고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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