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잎이 분분히 꽃눈 개비로 날리는 날. 교육사 정문에는 수많은 차들로 붐빈다. 스무 해를 잘 키워 나라의 아들로 데려왔다. 빨간 모자를 쓴 조교들과 헌병들이 정연한 질서를 만들어낸다. 이곳에서 해마다 열리던 벚꽃 축제도 꽃들끼리의 잔치로 끝났다.
아들 둘이 공군을 전역했다. 막내는 입대하는 사촌동생에게 한마디라도 더 들려서 보내려고 갈비탕이 다 식는다. 그렇게 할 말이 많은지. 저 입대할 시기에 형은 김포에서 복무 중이었다. 알고 싶은 것을 충분히 듣고 가지 못한 것이 아쉬웠을까. 두시까지 소집인데 코로나 때문에 한시까지라고. 긴장한 탓인지 예비 군인이 화장실을 들락거린다. 어릴 때부터 봐 왔기에 군에 간다는 것이 기쁘고 대견하다. 아이들 작은 아빠는 육군 보급 병이어서 군 생활이 쉬웠다고. 제대 이년 뒤에 부대가 공군으로 편입됐는데 그곳으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한다. 아들이 자신과 같은 부대에서 복무하는 것을 기대하는가.
서울에 있는 형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궁금한 것을 이것저것 물어본다. 이때껏 듣고도 채워지지 않았을까. 훈련을 마치고 특기학교에 가면 점수를 잘 받으라고 한다. 동기들이 정치를 하려고 할 테니 휘둘리지 말고 가고 싶은 곳을 적으면 된다고. 아들은 서울 근교에 있는 자대에 가려고 노력했다. 여자 친구와 가까운 곳에 있으려고 무던히 애썼다. 좋은 점수와 상을 받았다. 너는 군대에서까지 상을 받아야겠니! 하자 그러게요 하며 웃었다. 그때처럼 공부를 열심히 한 적이 없다면서.
점수가 낮게 나온 친구들이 자기가 가고 싶은 곳을, 좋지 않다는 인상을 주어 자신이 가려고 꼼수를 부린단다. 마음이 약하면 걸려들기 쉬우니 마음을 단단히 하라고 주의를 준다. 두 형들과 친구들에게서 들은 사전 지식이 오히려 긴장하고 떨리게 하는 것은 아닐까. 모르고 부딪히는 것이 훨씬 수월할 것 같은데. 부대의 모든 상황이 달라졌고 무엇보다 사람이 바뀌는데.
두 아들의 입대 때는 교육사 안 깊은 곳에 마련된 연병장까지 갔다. 부대에서 보내온 안내장을 차량 앞에 붙이면 정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따끈한 차를 마련해 놓고 기다렸다. 커피를 마시면서 마음을 다독인다. 그리울 때 보려고 사진도 여러 장 찍는다. 헤어짐의 정서를 갈무리하는 시간이지 않았을까. 집합하라는 안내 방송에 까까머리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한 곳으로 모여든다. 정색한 헌병들과 조교들의 지휘 아래 순식간에 대열이 만들어진다. 식이 열린다. 부모들에게 고맙다는 인사와 잘 보살피겠다는 말에 마음이 녹는다. 말 한마디가 주는 힘이 세다.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일까. 내 아들만이 아니고, 같이 견뎌야 하는 동기들과 부모들이 있다는 것 때문에 안심하는 것인가.
코로나는 모든 것을 뒤죽박죽으로 만든다. 조카는 의식을 생략한 채 정문 앞에서 바로 헤어졌다. 이제 가면 훈련이 끝나기까지 규칙의 직선 생활을 해야 한다. 이별의 절차가 빠져버려 허망하다. 사람이란 의식에 매여 사는가. 하던 대로 하지 않고 떠버리면 뭔가가 허전하다. 꽃잎이 날리는 것처럼 입대하는 친구들이 하나 둘 흩어져 부대 안으로 들어간다. 부모들은 밖에서 하염없이 쳐다볼 뿐. 첫아들을 처음 떼어놓는 엄마의 마음을 누가 알랴. 눈물 그렁그렁한 눈으로 멀어져 가는 아들의 뒷모습을 애써 좇는다.
조카가 부대 안으로 모습을 감추자, 이제는 동서가 궁금한 것들을 묻는다. 날씨가 춥지도 덥지도 않아서 훈련의 강도가 더 셀 것이라고 하자. 그런 말 말고 듣기 좋은 말만 해달라고 해서 같이 웃는다. 금호지 못으로 가서 남아 있는 사람들끼리 후기를 작성한다. 그림같이 펼쳐져 있는 호수는 오늘 누가 입대했느냐 에는 아무 말이 없다. 고움과 빛 부심으로 더욱 싱그러운 봄날이다. 애처로운 마음을 차 한 잔으로 달래 본다. 서로가 서로를 말과 표정으로 어루만지며 견딜 수 있는 힘을 마련하는 시간이다. 훈련 잘 받고 군기가 뚝뚝 묻어나 각이진 의젓하고 씩씩해진 조카가 빨리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