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가 기준

by 민진

큰 딸아이는 명절에 와도 일을 싸들고 오는지 집을 업고 다니는 달팽이처럼 노트북을 지고 다닌다. 틈만 있으면 카페에서 일하다 온다고 나간다. 그러려면 뭣 하러 왔냐고! 속으로 외치지만 얼굴 보여 주는 것만으로도 반가울 뿐이다. 본사가 미국에 있고, 한국을 비롯하여 시장이 넓은 인도에 회사를 개척 중이다고. 인도에 있는 직원과 화상통화를 하면서 일 한다는. 엄마, 대표에게 스타벅스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더니, 카카오 톡으로 거기도 스타벅스가 있냐기에 ㅋㅋ하고 보냈죠. 검색을 해봤나 봐요. 그렇게 여러 개 있느냐고.

아는 분이 선거 앱을 만들어 판매를 하고 있다.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분 남편이 전화를 해서 서울에 빨리 가야 한다고 했다. 구매하려는 사람이 설명을 부탁한다고. 그 자리에서 남편이 겉옷만 챙겨 와서 올라갔다. 잘 다녀와서 차를 사라며 헤어졌다. 온라인을 돌아다니다가 프로그램이 괜찮다고 전화를 걸어온다. 지방이라면 약간 주춤거리고 하시 하듯 한다고. 세계가 위성으로 지구촌이 되었고 지식이라는 것이 평준화되었다고 생각하는데 인식의 속도는 아직도 옛날에 머물고 있을까. 그 뒤 다시 만났을 때 서울은 잘 다녀왔느냐고, 프로그램은 판매했느냐고 물었더니 그러지 못했다고. 안 그래도 시기가 너무 늦은 감이 있다고 서로 얘기하긴 했었다. 이년 후에 대선이 있으니 희망을 가진다고 했다. 앞으로는 지역을 물으면, 공사가 많이 내려와 있는 혁신도시라고 해야 할까 보다고 웃는다.

하늘이 높아가면 운동회를 했다. 맨 마지막 순서는 아주 커다란 공 굴리기. 지구를 상징하는 것 같다. 흰 공은 백팀을 한 바퀴, 파란 공은 청팀을 한 바퀴 돌아서 출발점에 먼저 도착하는 팀이 이긴다. 마음을 모으지 않으면 공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 힘의 균형을 잘 맞추어야만 순풍에 돛 단 듯 굴러간다. 전 학년이 참가한 것이기에 배점이 높다. 역전의 기회가 주어진다. 각 반별 대항과 꽃이라 할 수 있는 릴레이. 공책에 상이라고 도장을 찍어 주던 백 미터 달리기의 점수도 까딱 잘못하면 물거품이 된다. 나는 열심히 달린다고 달리는데 여덟 명 중에서 항상 번째로 들어오곤 했다. 공책 들고 다니는 친구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부피가 큰 공이 손과 손을 거쳐 제자리로 돌아가는 일이 생각보다는 어려웠다. 고사리 손, 일 학년도 선수였으니까. 조금이라도 방심하게 되면 승리는 상대팀의 것이다. 공동체 정신을 기르고 반전할 수 있는 기회가 숨어 있었을까.

지금은 그 무엇보다 개성이 존중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자기 색깔을 드러내고 능력치를 가지고 살아간다. 얼버무리거나 묻어가려고 하는 것들이 통하지 않는다. 그럴지라도 모두 함께 가야 하는, 모든 것을 아우르는 공동체가 더 중요해졌다.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한다는 것은 어느 지역에 살고 있느냐보다, 강자냐 약자냐보다는, 사람을 사람으로서 보는 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지난해에 한 친구가 서울 예술대학에 입학했다. 경기도 외곽에서 온 학생이 진주를 깡촌 인양 무시하기에 너네 스타벅스 있어? 얼굴이 붉어진 친구에게 우리는 몇 개나 있다고 의기양양했다는. 엊그제 집에 온 작은 딸에게 그 이야기가 생각나서 했더니. 한 술 더 뜬다. 갤러리아 백화점 있다고 하면 끝나지 한다. 피장파장이다. 이십 대들에게는 스타벅스 기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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