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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슨트 춘쌤 Apr 26. 2022

하루 30분

#4. 소박하지만 소담한 일상

 퇴근 후 산책을 한다. 30분 정도, 산책하다 보면 클림트의 그림 <캄머성 공원의 산책로>가 떠올랐다. 클림트는 에로티시즘과 화려한 금박의 화가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 그림은 다르다. 따뜻하고 포근하다.


                                                     

구스타프 클림트, <캄머성 공원의 산책로>, 1912.


 클림트의 그림이라고 이야기하지 않으면 전혀 모를 것 같은 그림 스타일이다. 

 휴가를 보냈던 아터제 호수가와 산책로는 그에게 있어, 마음을 평화롭게 하는 공간이었을 것이다. 그림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 순간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산책은 사람의 마음을 평온하게 만든다. 클림트마저 그림의 스타일이 달라지지 않았는가?


구스타프 클림트, <연인(키스)>, 1907-08.


 나도 그렇다.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현실을 벗어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핸드폰을 꺼내는 순간, 이 평온함은 깨진다. 유튜브 속 오락거리와 매체는 나를 현실의 세계로 강제로 들어가게 만든다. <캄머성 공원의 산책로>를 보다, 갑자기 <연인(키스)>를 본 듯한 기분이라 할 수 있다.      

 화려한 금박과 금색 물감이 수 놓인 이 그림은 절대적 부와 물질의 가치, 에로티시즘을 극대화하고 있다. 흡사, 현대인들이 추구하는 모든 욕망을 담은 것 같은 그림이다. 눈을 들어 산책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면, 나처럼 핸드폰에 집중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귀에는 에어팟을 끼고 있고, 눈은 핸드폰을 보고 있다. 분명 산책로이지만 현실 속에서 길을 걷는 것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순간적으로 그들의 모습과 나의 모습에서 움찔했다. 슬며시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는다. 그리고 나만의 시간을 오롯이 가져 본다. 다시, 주변을 둘러봤다. 작은 하천의 물 흐르는 소리, 헤엄을 치고 있는 우리 가족, 여기저기서 연주를 하는 풀벌레들의 음악 소리가 들린다. 여전히 핸드폰을 들고 있었으면 경험하지 못했을 순간이다. 


 때로는 잠깐 시간을 내 보자. 그리고 집 주변을 산책해보는 것이다. 핸드폰을 꺼두고, 오롯이 걸어보는 것이다. 30분 남짓한 산책이 끝나고 집에 들어왔다. 산책 속에 느꼈던 그 여운은 잠이 드는 그 순간까지 이어졌다. 클림트의 그림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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