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고양이에 미친 화가들]
인간, 사냥꾼의 매력에 빠지다(1)
[#2. 고양이에 미친 화가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사과 그림입니다. 별것 아닌 것 같죠? 하지만 이 그림 속 사과는 인간의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친 사과 중 하나입니다. 첫 번째 사과는 아담과 하와, 두 번째 사과는 뉴턴의 사과, 마지막 사과가 현대 미술의 시작을 알린 세잔의 사과이기 때문입니다. 이 그림은 폴 세잔의「병과 사과 바구니가 있는 정물」입니다. 세잔은 사과에 미친 화가였습니다. 그는 왜 사과에 미쳤던 것일까요?
개:글쎄요. 사과가 너무 맛있어서 사과의 매력에 빠진 것 아닐까요?
세잔은 이 사과 그림 외에도 많은 사과 그림을 그렸습니다. 세잔이 이렇게 많은 사과 그림을 그린 것은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서였어요. 세잔에게 있어 사과는 평범한 과일이 아닌, 세상의 본질을 탐구하는 문이었던 것이죠. 세잔은 기존 유럽 미술의 패러다임이었던 ‘원근법’을 깨트립니다. 그리고 지속해서 사과를 그리면서, 평평한 캔버스 화폭에 3차원의 원근법이 눈속임이라는 것을 밝힙니다. 그리고 그는 여러 각도에서 물체를 보는 ‘다시점’의 표현 방식을 통해 다양한 측면의 사물의 모습을 화폭에 담게 되었습니다. 세잔의 이러한 도전은 이후 피카소와 마티스에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냥: 세잔은 더 나은 미술 세계를 위해 미친 듯 그림을 그린 사람이네요. 그에게 있어 사과는 그러한 새로운 세상을 바라보는 문이었던 것이고요.
맞습니다. 사람은 장시간 한 자세로 있기 어려워합니다. 쉽게 몸을 움직이죠. 꾸준하게 사물을 관찰해야 했던 세잔은 사과를 선택했던 것입니다. 꾸준하게 사과를 그리며, 그림의 본질을 찾았던 세잔은 세상의 모든 사물이 원기둥, 구, 원뿔의 형태로 이뤄졌다고 확신했죠. 그가 사과에 미치듯 매달리며, 그림을 그린 결과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림을 볼 때 그림 속에 담긴 의미를 찾으면 더 흥미로운 시간이 될 거에요. 세잔의 사과처럼 말이에요. 고양이에 미친 사람들의 그림을 볼 때 꼭 기억하고 봐 주세요. 그 사람들은 왜 고양이에 미쳤는지 말입니다. 먼저 보여드릴 그림은 조선 시대 화가 변상벽의 「묘작도(묘작도)」에요. 비단에 그린 고양이 그림이지요. 이 변상벽의 별명이 바로 ‘변고양이’에요. 고양이에 그만큼 미친 화가라는 뜻입니다. 별명 그대로 그는 정말 고양이에 미친 것처럼 고양이를 그렸어요.
냥:얼마나 고양이에 미쳤으면, 고양이를 이렇게 잘 그릴 수 있을까요? 섬세한 털 한올 한올부터 턱을 세우는 모습, 사냥에 실패하고 나무에서 내려오는 고양이의 위축된 모습까지…. 무엇하나 나무랄 것 없는 고양이 그림의 최고봉인 것 같아요. 고양이가 인정한 고양이 그림입니다.
그것도 매우 전문적으로요. 그의 그림이 얼마나 유명했는지, 당시 왕이었던 영조에게 소문 날 정도였죠. 그래서 화가로서는 최고의 명예인 어진화사가 됩니다.
개:성공했네요! 그런데 그렇게 그림을 잘 그리는 화가인데요. 변상벽은 왜 고양이에 미쳤던 것일까요? 어떤 이유가 있나요?
냥:고양이의 빼어난 아름다운 모습 때문이겠죠. 저 그림을 보세요. 우아한 고양의 턱선을 보면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고양이는 신이 만든 최고의 걸작품이다.”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런 면도 분명히 있겠죠. 하지만 앞서 세잔의 사과 이야기를 했던 것을 기억해 주세요. 변상벽이 고양이에 미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 고양이에 집중하며 그렸던 이유를 생각해보면 좋겠죠. 변상벽이 살았던 영조시다는 속칭 ‘조선 후기 르네상스’라고 해요. 르네상스는 15세기에 일어난 이탈리아의 문예 부흥 운동을 말하죠. 조선 후기에 일어난 문예 부흥 시기라고 불 수 있답니다. 그러다 보니 여러분이 잘 아는 조선 시대 화가들의 명작들이 이때 대거 등장합니다. 태블릿에 있는 그림을 봐 주세요.
개:와! 그동안 보았던 서양 그림과 다른 조선만의 그림 화풍이 느껴지네요. 정선의 「금강전도」는 정말 경이로운 그림인 것 같아요.
변상벽이 살았던 시기는 정선 겸재 뿐 아니라 강세황, 단원 김홍도가 활동했던 시기와 얼추 겹칩니다. 그가 살았던 시기는 너무나도 훌륭한 화가들이 많았던 거에요. 특히 당시에는 산수화가 유행이었어요. 그랬기 때문에 변상벽은 산수화로는 인정받지 못했죠. 거기라 변상벽은 말을 더듬었다고 해요. 내성적인 성격이고요. 그런 그에게 있어, 고양이 그림은 필살기와 다를 바 없었죠. 물론 변상벽이 기본적으로 고양이를 매우 사랑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만요. “고양이는 사람과 친근합니다. 그 굶주리고 배부른, 기뻐하고 성내는 모습에 익숙해지니 고양이의 생리가 내 마음에 있고, 그 모습이 내 눈에 있어, 그다음에는 고양이의 형태가 내 손을 닿아 나오게 됩니다.”라고 말할 정도였죠. 변상벽의 고양이 그림을 하나 더 볼까요?
냥:속칭 ’턱시도’ 고양이네요. 턱시도처럼 검은 무늬가 있는 고양이가 새를 노려보고 있어요. 우리 고양이에게 있어 새는 참 즐거운 놀잇감이자, 먹이이에요. 아마 그림 속 고양이는 새를 공격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아요. 눈치 빠른 새 한 마리는 날아가 버렸네요. 그래도 아직 세 마리의 새들이 있어요. 기회가 남아있는 거죠. 진짜 고양이의 마음을 아는 것처럼 생생하게 그렸네요.
▶한 놈만 잡혀라.
변상벽이 얼마나 고양이에 미쳐있었으면 자신의 마음속에 수천 마리의 고양이가 있다고 이야기할 정도였어요. 당시 변상벽의 고양이 그림에 감탄했던 정극순은 이렇게 변상벽의 그림을 평가했지요. “조는 놈, 나비를 돌아보는 놈, 새끼를 데리고 장난치는 놈, 엎드려 닭을 노려보는 놈 등 무릇 고양이가 주로 하는 일 다섯 가지를 그렸는데, 모두 그 변화를 다 하고 생기발랄해 살아 움직일 것 같았다. 특히 털의 윤기를 잘 그려 까치가 보고서 울고, 개가 돌아보고 컹컹 짖었으며, 쥐들은 깊이 숨어 굴에서 나오지 않았다.” 화가로서 최고의 칭찬 아닐까요?
개:그러게요. 그래서인지 변상벽의 고양이 그림은 다른 지금까지 봐온 고양이 그림과 다르게 상당히 친근해요. 실제 내 옆에 있는 고양이 같다고 할까? 고양이에 대한 변상벽의 사랑은 정말 대단하네요.
냥:변상벽을 진정한 고양이 팬으로 인정합니다.
변상벽은 고양이 그림을 그려서 많은 부를 축적하고, 관직을 얻었으며, 화가로서 최고의 영예인 왕의 초상화를 그리며 살았습니다. 나중에는 사도세자도 그렸는데요. 너무 잘 그려서 정조가 사도세자의 그림을 보고 울었다는 이야기 전해질 정도죠. 변상벽에게 있어 고양이는 사랑하는 존재이자,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무기였어요. 고양이의 섬세한 털과 행동을 계속해서 관찰하면서, 변상벽의 그림 솜씨는 나날이 좋아졌죠. 결국, 그의 섬세한 그림체는 왕의 초상화에서 빛을 발했던 거고요.
냥:역시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 끝도 좋네요. 괜히 제가 뿌듯해집니다. 그런데 하나 궁금한 게 있어요. 변상벽의 그림에 새가 모두 등장하는데요. 그 이유가 있나요?
새가 등장하는 고양이 그림을「묘작도」라고 불러요. 여기서 묘(猫)는 고양이, 작(雀)은 작은 참새를 의미하죠. 묘작도(猫雀圖)는 장수를 기원하는 그림이에요. 고양이 묘와 70살을 의미하는 늙은이 모(耄)가 모두 중국식 발음으로 ‘마오’로 불리기 때문이죠. 즉 고양이는 고희(古稀)를 상징하는 거죠. 또 고양이의 눈동자의 특성 때문에 고양이는 장수의 동물로 여겨졌어요. 고양이의 눈동자는 모란의 특성과 비슷해서 빛에 따라 일자였다가 동그라미가 되기도 하죠. 이러한 모습이 모란이 피는 것과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모란이 피듯 고양이 눈이 피는 것을 보고, 오래 살면서 부귀가 더 활짝 피기를 바라는 마음을 사람들은 고양이에 투영시킨 거예요. 흥미로운 것은 고양이의 눈을 보면서 중국과 조선인은 장수와 부귀를 생각했다면, 중세 유럽인들은 악마로 봤어요. 이 부분은 나중에 다시 말씀드릴게요. 참새를 의미하는 작(雀)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한자로 까치 작(鵲)과 같은 발음이거든요. 까치는 좋은 소식을 가져다주는 동물로 인식되어 있잖아요. 그래서 참새와 까치가 같은 발음인 것에 착안해서, 참새나 까치가 그려지면 기쁜 소식이 온다는 의미입니다. 혹은 참새가 자식을 상징하기도 하죠. 부모에게 가장 큰 소식이 자식이라는 의미를 담기도 합니다. 또 참새를 쫓는 것은 좀도둑을 쫓아 복을 지킨다는 의미도 함께 내포되어 있어요.
개:변상벽 뿐 아니라 조선인 전체가 고양이를 사랑했나 보네요. 고양이를 보면서 장수와 부귀를 생각하다니 말이에요. 거기다 기쁜 소식을 전하는 새와 함께 그림을 그려 「묘작도」는 최고의 효자 그림이었던 것 같아요.
냥:조선에서 사랑을 받은 고양이 이야기가 재미있네요. 우리나라에 변상벽이 있다면, 일본에는 어떤 화가가 고양이에 미쳤나요?
우타가와 구니요시가 대표적인 고양이에 미친 화가였어요. 그는 정말 많은 고양이 그림을 그렸습니다. 변상벽처럼 다양한 고양이의 자세, 습성 등을 관찰했고, 그림에 반영했어요. 그가 고양이를 얼마나 사랑했던지 키우는 고양이는 열 마리가 넘었다고 해요. 또 키우던 고양이가 죽자 불공 제단과 위패를 만들고 사망 기록부를 작성할 정도였어요. 그의 그림을 보면 앞서 이야기한 일본을 대표하는 고양이, 재패니즈 밥 테일 고양이들이 많이 등장해요. 우타가와 구니요시의 목판화를 볼까요?
냥:짧은 꼬리를 보니 확실히 재패니즈 밥 테일 고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네요. 그런데 변상벽의 그림에 비해서 조금 만화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것은 당시 일본 그림의 특징 때문에 그래요. 일본은 당시 에도시대(1603~1867)였어요. 이때, 서민문화가 발전했습니다. 그 서민문화를 대표하는 미술 화풍 중 하나가 목판화로 제작된 우키요에입니다.
우키요에는 ‘덧없는 세상의 풍속’을 의미해요. 그림의 주제는 여인, 가부키 배우, 풍경 등 세속적인 주제를 담고 있어요. 목판화로 생산되었기 때문에 대량생산이 가능했지요. 이 우키요에가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풍요롭고 평화로운 에도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현실을 즐기는 일본인들 반영하듯 우키에 요는 입체감보다는 평면적 구성에 채도 높은 원색이 강렬하게 표현되었어요. 이러한 점은 이후 유럽 인상주의 화풍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우키에요 화가 중 한 명인 우타가와 구니요시 그림 하나를 더 볼게요. 그의 목판화 중 하나인데요. 고양이가 의인화되어 있어요.
개:어떤 이유가 있나요? 고양이들의 얼굴을 보면 현실을 즐기며 사는 인간들의 표정과 다를 바 없어 보여요.
그의 나이 45세 때, 에도시대의 주요 개혁으로 손꼽히는 덴포 개혁이 시작됩니다. 덴포 개혁은 검소와 풍속단속을 강조했어요. 이때 우키요에도 큰 타격을 받죠. 우타가와 구니요시는 이러한 덴포 개혁을 풍자하며 그림을 그린 것이죠.
냥:변상벽이나 우타가와 구니요시 모두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거나, 불만이 많은 사람이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네요. 역시 고양이에 미친 화가들 답습입니다. 우리 고양이들처럼 독립적이면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분명히 드러내는 게 중요하죠. 우리나라와 일본의 고양이에 미친 화가들은 잘 봤어요. 그렇다면 유럽 화가들은 어땠나요? 유럽에서도 많은 고양이에 미친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거든요.
물론이죠. 고양이에 대한 사랑은 인류의 역사 속에 항상 등장했던 일이었어요. 대표적인 인물 중 한 명이 바로 그 유명한 화가. 세계 역대 천재 1위로 꼽히는 인물이에요. 그의 이름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입니다. 그의 고양이 드로잉을 볼께요.
▶고양이의 모든 행동을 그리고 싶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
냥:변상벽 못지않게 다양한 고양이의 모습들과 행동들이 그려져 있네요.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엄청나게 고양이를 관찰하고 사랑 했나 봐요.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고양잇과 동물 중 가장 작은 것은 명작이다.”라는 말을 남겼어요. 아마도 다 빈치는 고양이의 행동과 모습에 상당한 매력을 느꼈던 것 같아요. 그에게 있어 고양이는 관찰의 대상이자, 창의력을 제공해주는 생명체였을 거에요. 그는 생각이 나거나 관찰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항상 노트에 드로잉을 했어요. 노트의 반장을 고양이의 다양한 형태로 그렸다면 레오나르도 다빈치에게 있어 고양이가 큰 호기심을 자극하는 존재였다는 거죠. 파울 클레도 고양이를 사랑했던 화가예요. 그의 그림「고양이와 새」를 보여드리겠습니다.
▶고양이들은 새만 생각한다.
개: 만화 같은 그림이네요. 고양이 머릿속에 새가 그려져 있어요. 파울 클레는 고양이가 새를 좋아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군요.
그는 평생 고양이를 끼고 살았어요. 어릴 때부터 계속 고양이를 키웠거든요. 파울 클레가 얼마나 고양이를 사랑했는지, 칸딘스키의 아내는 이렇게 말할 정도였어요. “그는 고양이를 떠받들어요. 파울 클레는 저에게 ‘당신은 어떤 비밀도 지닐 수 없어요. 내 고양이가 전부 다 알려줄 테니까요”라고 말이죠. 그에게 있어 고양이는 단순한 애완동물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신성한 고양이의 산」이란 그림을 보겠습니다.
▶고양이 마음에 들기 위해 노력하는 인간의 모습이 보인다.
냥: 흐뭇한 그림이네요. 고양이의 위대함과 고고한 모습이 잘 담겨있어요. 고양이를 신이자 권력자인 반면 인간은 고양이를 떠받는 존재로 보이네요.
파울 클레는 정말 그렇게 생각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에게 있어 고양이는 신이었을 거에요. 또 고양이를 사랑했던 화가를 소개할게요. 마티스에요. 마티스는 야수파의 아버지로 불리는 화가에요. 칸딘스키는 그를 가리켜, “색을 해방 한”화가라고 소개했을 정도죠. 그의 그림에도 고양이가 등장합니다. 그는 노년에 미노쉐, 푸쉬, 라푸케라고 불린 고양이들과 함께 살았어요. 그의 그림 「붉은 물고기와 함께 있는 고양이」를 보면 고양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질 거에요. 마티스의 그림 특징 중 하나인 강렬한 색채가 잘 표현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고양이를 사랑한 화가들은 너무 많아서 일일이 다 보여줄 수가 없을 정도예요. 마티스의 강력한 라이벌이자 친구였던 피카소, 기이한 화가 살바도르 달리, 무려 40마리의 고양이를 키운 중국화가 아이웨이웨이, 25마리의 고양이를 키운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 등이 대표적이에요. 고양이는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많은 화가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꼭 잡고 말 거야!
냥: 제가 알기로는 화가들뿐 아니라 왕실에서도 사랑을 받았다고 배웠어요. 혹시 기쁨의 전시실에서 이러한 사실들을 알 수 있는 그림들이 있나요?.
물론이죠. 로열패밀리로 살았던 고양이들과 왕족들의 이야기는 상당히 많아요. 대표적인 경우가 이집트에요. 이집트의 고양이 이야기는 앞서 살펴봤습니다. 이집트 이후 로얄패미리로서 고양이는 어떻게 왕족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았는지, 작품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