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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슨트 춘쌤 May 07. 2021

D+36. 역사교사의 육아일기

1시간을 쓴다는 것

1시간.

나에게 주어진 여유시간.


1시간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다윤이가 태어나기 전까진

이 1시간이 별것 아닌 시간이라 생각했다.


커피마시고,

자고 싶을 때 자고,

책 읽고 싶을 때 읽는 여유시간.


내가 통제 가능한

시간이라 생각했다.


퇴근 후

1시간은 나에게 있어,

그런 시간이었다.


하지만

다윤이가 태어난 이후로

1시간은 그 의미가 달라졌다.


기저귀 한번,

모유 한번,

등 트림 시키고 나면

내 여유시간은 사라진다.


그리고

찾아오는 잠깐의 시간

속에

난 지쳐 쪽잠을 잔다.


다시

얼마 안가

다윤이가 날 호출한다.


상황의 반복.


1시간의 여유가 절실해졌다.

상황이 바뀌니,

1시간은 매우 큰 시간이었다.


커피 한잔은

내 영혼을 위로하는 음료였고,

암체어에 잠깐 몸을 뉘우던 시간은

내 몸을 위로하는 시간이었으며,

책을 읽던 시간은

내 마음의 배고픔 충족시키던 디저트였다.


막상

1시간의 위대함과

가치를 깨닫고 나니,


인생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하루하루,

한 시간 시간

일 년의 기간이

매번 반복되지만


자신도 모르는 순간

그 의미가 바뀌는 때가 있는 것 같다.


이때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나를 위로하고

충전하며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


반면

그 시간을 그냥 보낸다면,

흘러가는 물처럼 잡을 수 없다면,

지겨운 일상의 반복처럼 느껴지리라.


요즘 다윤이를 키우면서

역사가 다르게 보인다.

삶이 더 깊게 느껴진다.


역사를 씹는 맛이 달라진다.

시간의 결핍이 주는 대가다.


나에게 지금 다윤이가 자는 이 1시간을

브런치에 쏟는다는 것.

그것은 내 삶의 역사를 풍족하게 만드는 일이다.


이전 여유 있던 시간

브런치에 글을 쓰지 않았던 것은

내일도 모레도 시간이 많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시간이 없다.

언제 다윤이가 일어날지 모른다.

그 불확실성이 나의 감성을 일깨운다.

그리고

내 안에 쌓여있던 지식들을 조금씩 꺼내

소화하게 만든다.


육아의 장점 중 하나인 것 같다.


그래서 신은

인간에게 어린 자식들을 만나게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과거-현재-미래가 모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시간을

돌아보라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다윤이 덕분에

1시간의 의미를 깨닫는다.


역사 속 사건과 인물들은

이 시간의 중요성을

알거나 깨닫지 못했기 때문에 역사에 기록되었다.

시간의 중요성을 알았던 자들은

무엇인가 남기고자 했고,

그 시간을 잡은 기록이 역사가 되었다.


그 얼마나 긴 시간과 사건을

짧은 종이책에 담기고자 했을때,

많은 생략이 발생했을까?


그것을

자신의 시간과 삶을 통해

복원해 본다면,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전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더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역사는 그래서 흥미롭다.

내 삶의 육포같은 존재이니깐 말이다.

계속 곰곰이 씹어보자.

그 제한 된 시간 속에

살아갔던 이들의 삶을.

그리고

내 시간에 접목시켜 보자.


다윤이가 준 1시간의 선물은

이런 생각들을 계속 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덕분에

나는 역사의 시간에 대해 씹어먹을 수 있는 사유의 시간을 가지게 된 것이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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