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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슨트 춘쌤 May 19. 2021

#D+38일. 역사교사의 육아일기

누구에게 '보여줄' 것인가?

아내의 이야기가 머릿속에 맴돈다.


"나는 카카오 브런치보다 블로그에 쓴 글이 더 좋은 것 같아!"


카카오 브런치에는

역사교사의 육아일기라는 제목으로 쓰다 보니,

'역사'에 방점을 두고

역사와 육아의 연결점을 찾아 쓰고자 했다.


반면

네이버 블로그는

내 개인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기 때문에

'삶'을 쓰고자 했다.


동일한 것을 보더라도

역사교사와 개인으로서의 '나'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역사교사의 육아일기는

'힘'이 들어가 버렸나 보다.


진솔함 보다는

억지 연결이 되어 버렸나 보다.


아내의 이야기가

잔상처럼 내 머릿속에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그 말에 나도 공감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역사교사인가 보다.

이런 사례가 생각나니 말이다.


<역사서> 중에 가장 위대한 역사서 한 권을 뽑으라고 한다면,

사마천의 <사기>를 이야기하고 싶다.


사마천은 굴곡진 삶의 순간에서

<사기>를 탄생시킨 역사 가다.


그는 <사기>가 그 시대에 읽히지 않길 원했다.

자신의 책 속에 평가했던 인물들이 살아있는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명산에 숨겨서 자신의 역작을

보여주지 않으려 했다.


나와 정 반대의 사람이다.


별것 아닌 책이 나와도

여기저기 잘난 척 홍보하는 나와 말이다.


그렇게

<사기>는 전설적인 역사책이 되었다.

많은 이들이 사마천의 이야기에 공감했던 것은

그의 진실한 글쓰기와 평가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후부터가 문제다.


많은 국가의 왕들은

사마천의 <사기>를 본떠

국가의 역사책에 간여했다.


자연스럽게

이후의 역사책들은 국가의 관점과

'보여주기' 식 글들로 난무하게 되었다.


인생을 논할 때

사마천의 <사기>는 몇 천 년간 사람들의 입에서 회자되지만

국가에서 편찬한 역사서들은

소수의 전공자들만 보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보여주기'의 한계.


내 브런치의 문제는 그것이었다.


그래서 이후부터

내 삶이 진솔하게 담긴 네이버 블로그의 내용을

하나씩 다시 올려보려 한다.


'보여주기'보다는

나를 '보기'의 시간이 되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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