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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슨트 춘쌤 Dec 04. 2021

<일상 속 명화 1 : 비너스>

#우리비노의 비너스 #올랭피아 


집에만 있는지

벌써, 10일이 되어 간다.


10일 동안

집에 있으면서

좋았던 점은

하나의 사물을 다양한 각도로


볼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제공된다는 점이다.


요즘

내가 즐겨 읽는 책은

#예술 #역사*사회 #에세이다.


하나의 사물을

이런 관점에서 다양하게 보면 어떨까 싶어,

의식적으로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다,

생활 속 명화를 생각해 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산이 때문이다.

산이는 우리 집 고양이의 이름이다. 


산이는 하루 내내 잠을 자거나,

밥을 달라고 할 때만 기어 나온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어' 나온다는 점이다.

평상시는 대부분 누워있다.

기어 나오기 전까지,

산이의 대부분 누워 있는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요염???



몇 가지 키워드를 뽑아 봤다.

#검은색 #건방진 눈빛 #여유 #도도한 자세

이런 키워드를 뽑아서 산이를 다시 보니,

이 그림이 떠올랐다.


마네, <올랭피아>


그림은

인상주의의 아버지라고 불린 마네의 문제작

<올랭피아>이다.


올랭피아는 시대의 문제작이자,

마네의 생각이 잘 반영된 그림이다.

이 그림은 패러디 그림이라 할 수 있다.

원래는 티치아노의 <우리비노의 비너스>이다.


티치아노 속 여자는 '비너스'의 자세를 하고 있다.

그림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 학설이 있어 여기서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당시 사람들은 이 그림을 보면서,

'비너스'를 생각했다.


왜냐하면,

비너스의 자세로 포즈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웃기지만,

이 자세 덕분에

이 여자는 비너스로 사람들이 본다.



반면,

마네의 그림 속 여자는

실제 당시 살았던 매춘부를 모델로 했기 때문이다.



당시

사람들의 도식을 깬 것이다.

비너스 자세 = 비너스 = 가공된 형태로 봤던 도식이

마네에 의해

비너스 자세 =비너스 = 현실 속 매춘부 = ???

이렇게 된 것이다.


그림의 제목도 그렇다.


마네의 <올랭피아>는 당시 흔했던

매춘부의 이름이었다고 한다.

또,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도발적 자세와

발밑에 있는 '검은 고양이'는 사람들에게 있어,

기존의 인식(재수 없는 존재, 여성의 성기)등을 노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기존의 인식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었다.


이렇게 생각하고 보면,

마네의 <올랭피아>는

내가 산이를 보며 떠 올린 키워드와 유사하다.


산이는 나에게 있어,

<올랭피아>다.


기존의 인식을 깨는 그림처럼,

내가 가진 고양이의 인식을 깬 녀석.

이 그림을 통해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었듯,


나 또한

산이를 키우면서,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갔다.


산이를 가지고,

<올랭피아>를 떠 올리니,

제법 흥미로웠다.


삶 속에서

이렇게 '발견'하고 '연결'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사실이 날 설레게 만든다.


육아에 지칠 때도 있지만

잠깐

머리를 들어,

주변을 바라보면

이전과 다른 여러 가지를 '발견'할 수 있다.


산이와 <올랭피아>를 통해,

내 삶 자체가

미술관과 유사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 때,

조금은 뒤로 물러나 인생을 바라보자.

미술관 속 그림을 보듯.


그리고

조금 더 생각한 후

마음으로 느끼자.


그러다 보면,

나를 힘들게 했던 순간과 감정들이

어느 순간

내 인생이란 미술관의

'명화'가 되어 있지 않을까??


산이가 갑자기 고마워졌다.

사료 한 번 더 주고

쓰담 쓰담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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